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고 있는데다 저유가로 중동계 자본도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신흥국 경기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저유가 기조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자본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 계속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1월부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도 규모가 2조8406억 원으로 3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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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
특히 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2일부터 7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만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는 자본유출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리 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선진국 통화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공산은 높아지고 있다.
11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 계절 조정치는 2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20만 명을 웃도는 수치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도 최근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중동계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동계 외국인은 지난 7월까지 순매수 흐름을 보였으나 그 뒤 3개월 동안 모두 1조6천억 원을 순매도했다. 11월 역시 순매도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순유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 외국인 자금 이탈 계속 될까
미국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흥국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데다 저유가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외국인 자본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과 신흥국 불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며 “11월5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가 3조 원에 이르는데 이는 외국인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신흥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지난해 기준 58.9%에 이른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경기가 불안해질 경우 수출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유가도 당분간 반등을 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4일 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런던 브렌트유도 2% 가까이 떨어져 배럴당 43달러대로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2011년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3년 넘게 100달러 대를 지속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지난해 말에는 배럴당 50달러대로 반토막 났다. 올해 들어서는 40~50달러대에서 머물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하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액 감소세도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까지 국내증시의 외국인 수급 개선 요건은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의 유출이 진정되는가 여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