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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 증설하나, 애플 인텔 일감 확보 저울질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0-11-19 14: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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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기존 평택 사업장과 화성 사업장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데 이어 미국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공장을 증설해 첨단 반도체 양산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나온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기업이자 경쟁자인 대만 TSMC가 미국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고도화한 반도체 일감을 줄 미국 고객을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도 오스틴 공장 증설의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 증설하나, 애플 인텔 일감 확보 저울질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19일 증권업계와 반도체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에서 극자외선(EUV) 장비 기반 3~7나노급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나노(nm)는 반도체 회로 폭을 말한다. 반도체는 회로폭이 좁아질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 등이 향상된다.

극자외선 장비는 기존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이용해 더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게 하는 장비로 5나노급 이하 미세공정에 필수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2월부터 화성 사업장에서 7나노급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위한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평택 사업장에서도 5월부터 7나노급 이하 반도체용 생산라인 공사가 시작됐다. 두 곳 모두 극자외선 장비를 갖춘다.

오스틴공장은 이런 첨단 공정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14나노급과 28나노급 공정에서 웨이퍼 기준 월 10만 장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한다.

하지만 앞으로 오스틴 공장에도 화성 사업장과 평택 사업장 못지않은 생산시설이 마련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에 관해 아직 공식적 증설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이미 오스틴 공장의 새로운 생산라인 설계를 마치고 견적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을 증설할 장소가 이미 확보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스틴 공장 안에 2개 이상의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할 수 있는 주차장 등 유휴부지가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공장 증설은 삼성전자가 단순히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떠나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고객사들과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데 필요한 방안으로 꼽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파운드리 선두 TSMC와 격차를 좁히고 미국 고객사와 관계를 공고히 하려면 삼성전자도 오스틴에 증설하는 것이 고객사 확보나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 증설하나, 애플 인텔 일감 확보 저울질
▲ 반도체 공정에 따른 설계비용. < IBS >
삼성전자가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을 증설해 미국 반도체기업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배경에는 최첨단 3나노급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최근 협력사와 기술동향을 공유하는 행사에서 2022년 3나노급 반도체 양산계획을 공식화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기업 TSMC도 3나노급 반도체 양산시기를 2022년으로 잡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 수준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TSMC 사이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다만 3나노급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것과 3나노급 반도체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반도체는 미세한 공정으로 고도화할수록 개발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때문에 3나노급에 이르러서는 개발역량을 보유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기관 IBS에 따르면 반도체기업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7나노급에서 2억9800만 달러, 5나노급에서 5억4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3나노급 반도체 설계비용은 5억 달러에서 최대 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에서 3나노급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는 애플, AMD, 미디어텍,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IBM 등이 거론된다. 대만의 미디어텍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이들 가운데 몇몇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퀄컴 5나노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75와 엔비디아 최신 8나노급 그래픽처리장치(GPU), IBM 7나노급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최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5~7나노급 반도체는 현재까지 상용화한 반도체 가운데 가장 수준 높은 공정이 활용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력을 증명한 만큼 향후 퀄컴 등이 개발할 3나노급 반도체를 수주하는 데 가깝게 다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TSMC와 비교하면 3나노급 반도체 고객사 확보에 앞서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TSMC는 미국 주요 반도체기업들을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어 3나노급 반도체 일감에 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은 TSMC의 최대 고객사로 3나노급 공정 개발에도 긴밀히 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룡’ 인텔이 TSMC에 중앙처리장치(CPU) 등 중요한 반도체를 맡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요사이 10나노급 이하 미세공정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파운드리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인텔의 반도체를 대신 생산할 기술을 지닌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이외에 달리 없다.

그런데 TSMC는 2023년 말 양산을 목표로 미국에 5나노급 파운드리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이사회를 통해 미국 파운드리공장을 위한 예산 35억 달러 집행을 승인했다.

TSMC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두고 다투는 가운데 첨단 반도체 역량이 더 뛰어난 미국 반도체기업들을 확실히 유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도현우 연구원은 “미국 고객과 더 밀접한 관계가 가능해진 TSMC의 견제를 위해서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TSMC가 미국 반도체기업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가 퀄컴 등 기존 고객사의 주문을 계속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퀄컴이 스냅드래곤895(가칭) 생산에 TSMC의 4나노급 공정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주요 5나노급 반도체 고객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 증설하나, 애플 인텔 일감 확보 저울질
▲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공장 전경. <삼성전자>

3나노급 반도체를 준비하는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증설로 미국 고객사들과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오스틴 공장을 증설하면 TSMC에서 감당하지 못해 나오는 일감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현재 TSMC는 5~7나노급 첨단공정에서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TSMC와 비슷한 수준의 공정을 제공하는 만큼 TSMC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업계 생산능력 부족현상은 적어도 2~3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첨단 공정은 TSMC 생산능력 부족에 따른 낙수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증설로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기존 고객 이외에 새 반도체기업의 위탁생산 물량을 차지할 가능성도 나온다.

애플은 새로운 5나노급 자체 반도체 M1을 상용화해 더 많은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고 인텔은 TSMC만으로는 반도체 수요를 채우기 어려워 삼성전자가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도 있다.

김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첨단공정 생산라인은 우선적으로 미국의 팹리스들에 할당되고 있다”며 “인텔이 TSMC를 배제하거나 TSMC의 가동률이 높아 인텔의 주문을 소화할 수 없다면 인텔이 차선책으로 손을 잡을 파트너는 단연코 삼성전자”라고 분석했다.

IT매체 샘모바일은 “TSMC는 이미 애플의 5나노급 AP A14바이오닉을 만들고 있고 이는 TSMC 전체 5나노급 생산능력의 25%를 차지한다”며 “TSMC가 M1에 관한 애플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애플은 좋든 싫든 삼성전자와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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