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사장은 양호한 실적을 낸 데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어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연임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코로나19 위기에도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매출 약 11조7600억~11조8900억 원, 영업이익 약 5600억~59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1%가량, 영업이익은 5.6%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올해도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핵심 사업부문으로써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8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영업이익 7730억 원을 거둬 삼성물산 최초의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에 결정적 공헌을 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이끈 약 3년 동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심각한 준법 관련 문제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점도 연임에 힘을 싣는다.
삼성그룹은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을 경영원칙 가운데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 사장의 임기 동안 삼성물산에서 준법경영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실적 악화보다 연임에 더 큰 부정적 요소가 될 공산이 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8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국내 현장사고 사망자가 1명으로 대형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업과 관련해서는 주목할 만한 법적 분쟁도 진행되는 것이 없다.
올해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에 복귀해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수주 과정에서 경쟁사인 대우건설로부터 입찰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당했지만 이후 대우건설이 고소를 취하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이 사장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변수인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좋은 성과를 거둔 이 사장체제를 이어가지 않는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과 관련해 무죄를 확신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법원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고 구속 위기까지 몰렸던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기소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사를 알리는 효과를 냈다.
이 사장은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에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정거래행위 등을 했다는 혐의로 9월 기소됐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진 2015년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었다.
다만 이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재판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활동은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사장은 기소되기 전 5월 반포3주구 현장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철저한 사업 준비를 통해 조합원들께 약속한 사업일정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등 수주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보통 12월 초 임원인사를 실시하지만 이번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영향으로 내년 초로 인사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직전 인사도
이재용 부회장 재판 등을 고려해 올해 1월에 실시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임원인사 일정과 내용 등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