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한독 회장이 국내외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 지분투자에 따른 수익 확대뿐만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도 확보하는 '일거양득' 효과도 내 한독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독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국 바이오벤처 레졸루트가 나스닥에 상장돼 이날부터 거래를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한독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더 상승할지 주목된다.
한독과 제넥신은 레졸루트에 2019년 1월에 투자했으며 몇 차례 지분변동을 거쳐 2020년 11월9일 현재 각각 23.5%, 2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레졸루트는 선천성 고인슐린 혈증치료제 ‘RZ358’, 당뇨병성 황반부종치료제 ‘RZ402’를 개발하고 있다.
RZ358은 올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 의약품으로 지정받았으며 9월 미국 임상2상에 들어갔다. RZ402는 내년 1분기 미국 임상1상을 시작하기 위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레졸루트는 나스닥 상장을 앞둔 10월 미국 투자업체인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 카우푸만 등으로부터 4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는 등 투자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김영진 회장의 투자안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독은 2012년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통해 각각 116만2천 주, 100만3천 주의 제넥신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다.
김 회장은 이때 제넥신 1주당 1만4050원~1만6650원의 가격으로 투자했는데 2020년 11월6일 기준으로 제넥신의 주가는 12만2400원으로 7~8배가량 올랐다.
한독은 5일 기준으로 제넥신 지분 378만2594주(15.59%)를 들고 있는데 지분의 가치는 6일 종가 기준 4630억 원 상당으로 지분 획득을 위해 투자한 350억 원의 13배가 넘는 이익을 보고 있다.
한독이 보유한 제넥신의 지분만으로도 한독의 시가총액(4480억 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한독의 기업가치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독이 51%의 지분을 보유한 한독칼로스메디칼은 2년 안에 코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밖에 한독이 투자한 테라밸류스, 레졸루트, 한독테바 등 바이오벤처의 가치가 한독 주가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제넥신은 항암 면역치료제 ‘GX-I7’를 보유하고 있으며 차세대 단백질 신약으로 지속형 인간성장호르몬 ‘GX-H9’, 빈혈치료제 ‘GX-E4’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개발속도를 보여주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제넥신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GX-19’의 임상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회장은 국내외 바이오벤처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그동안 한독의 약점으로 지적된 신약 후보물질 라인업도 강화했다.
레졸루트가 개발하는 RZ358, RZ402의 국내 판권도 보유했고 제넥신과 소아 및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HL2356’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레졸루트와 제넥신 이외에도 2019년 5월 SCM생명과학에 40억 원의 지분을 투자하고 동시에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SCM-AD’의 국내 판권을 도입하기도 했다.
김영진 회장은 올해 2월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좋은 게 있으면 투자를 하겠지만 올해는 웬만큼 좋지 않으면 투자한 성과를 거두고 수확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독이 3일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향후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선이 몰린다.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보다 역외탈세나 비자금 형성, 리베이트, 횡령, 배임 등 혐의가 있을 때 주로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한독을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14년 이후에 받는 세무조사로 세무조사 사유에 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