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위와 2위 조선사의 통합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들은 글로벌 선박 건조시장에서 현대미포조선의 경쟁자로 꼽힌다. 현대미포조선에게 두 조선사의 통합은 득일까? 아니면 실일까?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수주잔고 기준으로 일본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 조선사인 JMU(Japan Marine United)의 합작 조선사인 니혼조선소(NSY, Nihon Shipyard)의 공식 출범이 12월로 미뤄졌다.
애초 니혼조선소는 9월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탓에 해외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심사 일정이 미뤄지며 11월로 출범이 한 차례 미뤄졌다 또 연기됐다.
일정이 연기됐을 뿐 출범 자체는 기정사실이다. 두 조선사가 결합한다고 해도 어떤 선박 종류에서도 수주잔고의 과점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니혼조선소는 이마바리조선과 JMU의 자본 제휴업무와 상선 설계를 전담하게 된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 가운데서는 현대미포조선이 득실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마바리조선은 모든 크기의 선박을 건조하며 JMU는 중소형선박을 건조한다. 두 조선사 모두 중형선박 건조시장에서 현대미포조선과 경쟁해 왔는데 결합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전통적으로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와 300~1천 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 규모의 피더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수주잔고를 구성해 왔다.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체제에서는 글로벌 선박 수주시장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선박 건조 포트폴리오를 LPG(액화석유가스)운반선과 소형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LNG벙커링선(해상 LNG 공급용 선박), 카페리선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이마바리조선과 JMU는 니혼조선소를 통해 연구개발역량을 LPG선(운반선과 추진선)과 LNG선, 암모니아추진선 등 석유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선박의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선박 다각화 방향과 두 일본 조선사의 연구개발 방향이 거의 일치하는 셈이다. 현대미포조선으로서는 일본 조선사들의 통합이 달가울 리 없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두 조선사가 통합하더라도 현대미포조선의 수주 경쟁이 꼭 심화하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JMU는 물론이고 이마바리조선도 비용 구조상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니혼조선소 출범 이후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자체적으로 야드 매각 등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마바리조선은 핵심 야드인 마루가메 야드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가장 효율적 비용구조를 구축한 조선소로 꼽힌다.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조선 사장이 일본 해운사 쇼에이키센(Shoei Kisen)의 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만큼 일감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이마바리조선이 2019년 회계연도(2020년 3월 마감)에서 영업손실 116억 엔(1250억 원가량)을 봤다. 1901년 회사가 출범한 지 119년 만에 처음으로 낸 적자다.
히가키 사장은 이마바리조선이 현재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이마바리마저 흑자를 내지 못한다면 일본 조선업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일본 조선업계는 설 자리가 사라진다”고 대답했다.
일본 1위와 2위 조선사가 통합하더라도 현대미포조선이 수주시장에서 반드시 힘겨워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일본 조선사들이 통합해 연구개발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물론 잠재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도 “통합의 목적이 생존을 위한 것이니만큼 생산능력 축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이 선제적으로 선박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만큼 수주시장을 선점해 경쟁 우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