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제조)를 사실상 포기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D램(DRAM) 수요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사업부문을 10조 원에 인수했다.
이런 변화가 한국 반도체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암기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 수수께끼를 풀 때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
D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물질은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로 나뉜다. 그리고 반도체는 상황에 따라 전기가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않기도 하는 물질을 뜻한다. 또한 이 물질로 만든 전자부품 역시 반도체라고 부른다.
반도체의 이런 특성 때문에 반도체는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품으로 꼽힌다. 전기를 통과시키는지 통과시키지 않는지에 따라 회로가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부품으로서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의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반도체,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를 연산하는 반도체다.
비유를 통해 설명해보면 암기과목을 공부할 때 사용하는 두뇌는 메모리반도체, 수수께끼를 풀 때 사용하는 두뇌는 시스템반도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D램은 과일바구니, DDR 뒤에는 왜 숫자가 붙는가
D램은 바로 메모리반도체에 속한다. 메모리반도체는 휘발성메모리와 비휘발성메모리로 나뉘는데 D램은 이 가운데 휘발성메모리의 대표주자다.
휘발성메모리는 말 그대로 정보를 임시로 저장했다가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정보가 날아가는 메모리반도체다. 반면 비휘발성 메모리는 전원 유무와 상관없이 정보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다.
컴퓨터는 이 두 가지 종류의 메모리반도체를 모두 사용해야만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나무에서 과일을 따서 과일창고에 저장한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이 과일을 하나 딸 때마다 과일 창고에 저장하고 다시 돌아와서 과일을 딴다면 작업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일을 따는 사람은 옆에 과일바구니를 마련해 과일을 일단 바구니에 담은 뒤, 상품성이 없는 과일은 버리고 저장해야 하는 과일은 과일창고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 비유에서 과일바구니는 휘발성 메모리, 과일창고는 비휘발성 메모리라고 볼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D램이 모두 같은 성능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D램의 성능은 용량과 속도가 결정한다.
D램의 용량은 과일바구니의 크기로 비유할 수 있다. 과일바구니가 크면 당연히 더 많은 과일을 임시로 담아놓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D램의 속도는 과일바구니에 과일을 담는 속도로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DDR 디램이라는 용어는 SDR보다 두 배 빠른 디램을 뜻한다. DDR은 더블 데이터 레이트(Double Data Rate), SDR(Single Data Rate)은 싱글 데이터 레이트의 약자다.
과일 따기에 비유해 본다면 SDR은 한 손으로 과일을 따는 것, DDR은 두 손을 모두 사용해 과일을 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두 손으로 과일을 따기 시작한 뒤에도 과일을 담는 속도를 더욱더 높이기 위해서는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양의 과일을 따든지, 최대한 손을 빨리 움직여 여러 번 과일을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손에 하나 이상의 과일을 들기 어려운 것처럼, D램이 한 번 정보를 전송할 때 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8킬로바이트(kb)로 한정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D램의 속도를 높이려면 D램이 1초에 정보를 전달하는 횟수 자체를 늘려야 한다.
뉴스 등에서 DDR 뒤에 붙는 숫자는 디램이 1초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지를 상대적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DDR 뒤에 붙는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DDR 디램의 속도는 2배씩 높아진다.
DDR이 2번 정보를 전달할 때 DDR2는 4번, DDR3는 8번, DDR4는 16번,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DDR5는 32번의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 오랜 침체에 빠진 D램시장, D램의 슈퍼사이클은 다시 찾아올까
D램을 포함한 메모리반도체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물량의 약 5/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물량의 약 20% 정도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물량의 12.5%를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세계 D램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과점 형태로 경쟁하고 있는 시장인데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D램 시장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가장 대표적 이유는 D램의 ‘슈퍼사이클’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D램은 단독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이다. 따라서 D램 수요는 완제품의 출시일정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11의 대규모 생산에 들어가면 아이폰11에 들어가는 D램의 수요도 같이 높아지고, 아이폰11의 생산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면 D램의 수요도 같이 하락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전자제품의 제조가 활발하게 진행될 때 D램의 수요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D램의 슈퍼사이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세계경기가 침체하면서 디램을 필요로하는 전자제품의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이에 따라 D램의 슈퍼사이클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디램뿐 아니라 서버용 D램 수요 역시 각국 기업의 네트워크 인프라의 구축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D램의 수요 부진은 일시적 현상일 뿐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D램 수요가 다시 폭등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나온다. 대규모 서버의 구축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5G통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버용 시스템반도체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이 2021년에 DDR5와 호환되는 서버용 시스템반도체를 출시한다면 서버용 DDR5의 주도로 D램 시장이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생산기업들은 모두 DDR5 D램 생산기술을 갖추고 있다.
D램시장 불황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화웨이 쇼크’ 역시 일시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보면 D램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에 D램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면 D램 판매량이 순간적으로 타격이 올 수는 있겠지만 스마트폰시장 자체가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닌 만큼 화웨이가 주문하던 D램 물량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로 이전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D램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D램 생산기업들이 올해 3분기에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화웨이 쇼크’가 아닌 ‘화웨이 특수’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화웨이가 D램 확보 위기를 우려해 3분기 D램 주문량을 2배 가까이 늘렸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에는 메모리반도체의 또 다른 한 날개인 낸드플래시시장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문 인수, 그리고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품고 있는 SK그룹 반도체사업의 목표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