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 공사비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사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악재가 더해졌다.
레미콘업계에서 제조사와 운송기사들 사이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건설업계에 미칠 여파를 두고 건설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경기도 안양시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운송료 인상을 주장하며 무기한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레미콘 운송이 멈추면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이 중단돼 골조작업을 할 수 없는 만큼 공사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된다.
준공 직전 혹은 착공 초기 현장이 아닌 대부분 공사 현장이 레미콘 운송 중단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건설현장 상당수는 이미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 1만1천여 명 가운데 8천여 명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소속으로 휴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수도권 건설현장 221곳 가운데 60% 이상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사로서는 공사 중단이 장기화할수록 공사비가 상승하고 입주 일정이 밀리는 등 공기 지연에 따른 부담이 커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마철이라 레미콘 타설 외 다른 공정을 진행하는 곳도 많아 당장은 어느 정도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레미콘 운송 중단이 장기화하면 피해가 커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레미콘 운송 휴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사들은 더욱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가장 최근 집단행동을 벌인 2022년 7월에는 이틀 만에 회당 운송료를 5만60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24.5% 인상하며 레미콘 제조사와 협상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1일부터 휴업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기사 사이 협상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들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을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레미콘 제조사들의 태도는 올해 6월 나온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레미콘 운송기사의 법적 성격을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판단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모인 단체는 노조가 될 수 없으며 집단행동 역시 노동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파업이 될 수 없다.
레미콘 제조사들로서는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을 교섭 상대로 볼 수도 없는 셈이다.
반면 레미콘운송노조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2022년 7월 운송료 협상 당시 2년 뒤 새로운 합의를 위한 협상을 할 때 레미콘 제조사들 모임인 레미콘발전협의회와 우리 노조가 통합 협상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건설사들로서는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기사 사이 갈등이 신속하게 봉합될수록 좋다. 다만 협상을 거쳐 실제로 레미콘 가격이 얼마나 인상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레미콘 조달비용의 증가는 그대로 공사비,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10대 건설사의 평균 레미콘 매입 단가는 1㎥당 9만2496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6.70% 올랐다.
레미콘 매입단가에서 운송비의 비중은 20% 정도로 핵심 원료인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 3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