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세상이 도래한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겸 총괄프로듀서가 거듭 강조해 왔던 말이다. 유명인사(셀레브리티)와 로봇이 보편화되면 누구나 유명인사의 가상 캐릭터 ‘아바타’와 일상을 함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겸 총괄프로듀서. |
이 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그룹 ‘에스파’에 이런 비전을 녹여넣었다.
그룹 활동에 아바타를 적극 활용하면서 떠오르는 혼합현실(MR) 엔터테인먼트시장의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29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에스파를 앞세워 실제 멤버와 가상현실 아바타의 활동을 병행하는 등 혼합현실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합현실은 현실세계에 가상현실(VR)을 접목해 현실의 사람이 가상의 사람이나 물건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용자의 몰입도와 현장감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꼽힌다.
예를 들어 혼합현실 이용자는 자기 방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연예인과 대화할 수 있다. 실제 가수와 그 가수의 아바타가 무대에서 함께 공연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다.
에스파는 혼합현실이 적극 적용된 그룹이다. 현실 멤버들 외에 이들을 모델 삼아 만들어진 아바타도 콘텐츠와 온라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함께 활동하게 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최근 공개한 에스파 관련 영상에도 혼합현실이 적용됐다. 이 영상은 에스파 멤버인 ‘카리나’가 그의 아바타 ‘아이-카리나’와 대화하고 춤추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회장도 28일 세계문화산업포럼(WCIF) 기조연설에서 “에스파는 한 그룹 안에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공동작업을 선보이는 등의 활동을 펼칠 것이다”고 말했다.
에스파가 성공을 거두면 이 회장이 SM엔터테인먼트의 다른 소속 아티스트 대상으로 혼합현실 적용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온라인 전용 유료콘서트 ‘비욘드라이브’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를 활용한 혼합현실 무대를 내보냈다.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의 아바타를 12m 규모로 만든 뒤 온라인 공연장의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대화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9월 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번 비욘드라이브는 시작일 뿐이다”라며 “비욘드라이브 2.0과 3.0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전부터 IT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최근의 비욘드라이브 혼합현실 무대와 관련해서도 이 회장은 “기술적 내용 전반까지 모두 직접 프로듀싱했다”며 “내가 엔지니어여서 가능했던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어뮤즈먼트기획부라는 부서를 통해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등을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콘텐츠를 꾸준히 기획해 왔다.
2017년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기업 오벤과 함께 홍콩에 ‘AI스타스리미티드’라는 합작법인도 세웠다. 이 법인은 인공지능과 아티스트 지식재산을 결합한 콘텐츠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 목소리 콘텐츠를 다루는 ‘휴멜로’와 오랫동안 협업했다. 최근에는 혼합현실을 연구하는 SK텔레콤·네이버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