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기업공개 주관실적 1위를 탈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크래프톤 기업공개 단독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데 따라 2021년 주관실적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 주관순위는 대어급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때가 많다”며 "주관사가 거래 하나로 쌓을 수 있는 실적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21일 열린 크래프톤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최 부회장 외에도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등 최종 프레젠테이션 자격을 부여받은 증권사 대표이사들이 모두 주관사자리를 따내기 위해 한 자리 모이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부터 ‘기업공개 강자’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소 부진한 주관실적을 내고 있는데 최 부회장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했는데 미래에셋대우만 대표주관사로 뽑힌 만큼 최 부회장으로서는 그동안 상장주관시장에서 구겼던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미래에셋대우가 ‘대어급’ 기업공개 주관실적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을 감안하면 크래프톤 대표주관사 선정은 더욱 의미가 크다.
올해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어급’ 기업공개가 여럿 이뤄졌는데 미래에셋대우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동주관사에 겨우 이름을 올리는 정도에 그쳤다.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기업공개시장 빅3로 꼽히는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주관을 맡았다.
미래에셋대우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동주관사에 선정되면서 공모청약 수량의 13%가량을 배정받았다. 대표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에 약 45%, 한국투자증권에 39% 정도가 배정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과 2018년에 기업공개 주관실적 1위 자리를 지키며 ‘기업공개 명가’로 불렸다. 하지만 2019년 5위로 떨어졌고 2020년에도 예전과 같은 실적을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미래에셋대우를 단독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데 힘입어 미래에셋대우는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내년에는 기업공개 주관실적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다. 기업가치는 20조 원에서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가치가 높은 만큼 공모규모도 조 단위는 거뜬할 것으로 전망되며 ‘초대어급’ 기업공개로 기대받고 있다.
보통 공모규모 1조 원가량의 기업공개는 대표주관사를 2곳 정도 선정하는데 미래에셋대우가 단독으로 크래프톤 대표주관사 자리를 따낸 만큼 주관실적을 더 많이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수수료나 인센티브 등 수익도 두둑하게 확보할 수 있다.
크래프톤 외에 2021년에 기업공개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운 기업들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원스토어, LG화학배터리사업부(가칭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KB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카카오페이지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뒀다. 원스토어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SK바이오사이언스는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는다. 이 회사들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2조~10조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 카카오뱅크와 LG화학 배터리사업부는 아직 상장주관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