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여 사장이 한화생명에 복귀한 지 이날로 2년을 맞았다. 여 사장은 2018년 10월12일 실적 악화로 휘청거리던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내정되며 구원투수로 돌아왔다.
여 사장은 지난해 11월 차남규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단독대표이사를 맡아 실적 개선과제를 홀로 짊어지고 있는데 올해 순이익 개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226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순이익 3600억 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순이익 1150억 원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3분기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83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7% 증가하는 것이다.
여 사장은 코로나19로 대면 영업활동이 어렵지만 오히려 대면 영업조직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등으로 4분기 대면영업이 다시 시작되면 보험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8월 보험설계사 자격시험 비용을 지원하고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라이프 엠디(MD)’앱을 출시했다. 올해 초 신입 설계사 인정기준을 한 달 환산 보험료5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낮추고기존 설계사가 신인 설계사를 2명만 데려와도 팀장 직위를 주는 ‘루키 팀장’제도도 도입했다.
다만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막히면서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가 증가한 점은 여 사장으로서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저축성보험 판매가 늘어난 만큼 자본확충에 부담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는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을 보유할수록 책임준비금 부담이 커진다.
한화생명은 올해 저축성보험에서 수입보험료 4조1160억 원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보다 9% 증가하는 것이다.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3.9%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장기채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채권 매각이익을 거두고 있어 투자부문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0년 투자이익 3조246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2.7% 늘어나는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자산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채권을 매각하고 장기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각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듀레이션은 투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말한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가 커질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증가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8.99년, 부채 듀레이션은 10.17년이다.
다만 채권 매각으로 이자이익을 거둘 기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자산 이익률을 높이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 사장은 한화생명 디지털 전환을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에 맡기며 본업인 보험업, 자산운용 등에 집중하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해 8월부터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여 사장은 7월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2대 핵심과제로 △본업 경쟁력 강화 △미래 전략 방향성을 선정했는데 경영전략의 한 축을 김 상무에게 맡겨 두고 있다.
여 사장이 한화생명에서도 구원투수로서 실력을 보여주면서 연임 가능성도 밝아 보인다. 여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차남규 전 부회장이 8년가량 대표이사를 맡은 점, 한화생명의 실적이 올해 들어서야 반등에 성공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여 사장이 한화생명을 좀 더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여 사장은 2018년 10월 한화생명 실적 개선을 위해 구원투수로 돌아왔다.
여 사장은 한화생명 전략기획실장을 맡다 2015년 1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에 올랐다.
2016년 2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적자를 보던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라 2017년 1분기 흑자전환을 통해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만든 뒤 2017년 11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