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오른쪽)이 2019년 9월5일 독일 국제가전전시회 IFA2019에서 LG전자 인공지능 기술 '씽큐핏'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 |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미래기술센터장 사장이 9월 열리는 독일 국제가전전시회 IFA2020에서 인공지능 진화를 또다시 보여줄까?
박 사장이 제품의 효율화나 개인화 단계를 넘어 추론 단계 등 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LG전자가 출시한 로봇청소기 ‘코드제로M9씽큐’를 보면 박 사장이 올해 초 캐나다 인공지능 솔루션기업 엘레멘트AI와 함께 제시한 인공지능 발전 단계 가운데 1단계인 ‘효율화’ 단계에서 2단계인 ‘개인화’ 단계 사이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발전 단계는 1단계부터 4단계로 나뉜다. 효율화 단계에서 인공지능이 단순히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움직인다면 2단계에서는 사용자에 최적화한 패턴을 학습한다.
3단계 ‘추론’에 이른 인공지능은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추론해 사용자의 필요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4단계 ‘탐구’ 수준 인공지능은 스스로 가설을 설정하고 탐구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날 출시된 코드제로M9씽큐는 1단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2단계의 특성을 일부 보여준다.
청소를 하면서 사용자마다 각각 다른 집안 구조를 인식해 지도를 그린다. 지도가 완성되면 한 번 청소한 자리는 다시 지나가지 않는 식으로 청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특정 장소를 청소하거나 청소하지 않는 일도 가능하다.
LG전자가 1월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 CES2020에서 소개한 인공지능 냉장고도 2단계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과거에 어떤 음식을 즐겼는지 기억해 상황에 맞는 요리법을 추천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그밖에 현재 존재하는 가전제품 대부분이 1단계에서 2단계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가전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이번 IFA2020에서 3단계인 추론 단계 인공지능 가전의 사례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사용자가 보일러를 켜고 센서가 달린 옷장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 입으면 추론 단계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행동이 온도나 체온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파악한다”며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일기예보가 나오면 스스로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거나 사용자에게 두꺼운 옷을 입도록 제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으로 모든 공간을 연결하면 장소와 상관없이 집과 같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지론에 따라 가전제품 이외에 다양한 곳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집안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편리함을 누리고 자동차, 레스토랑, 가게처럼 집밖으로 이동해서도 편리함이 이어지는 ‘심리스(끊김없는) 라이프’를 강조한다.
박 사장체제에서 LG전자는 인공지능 적용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해 왔다.
LG전자는 지난해 IFA2019를 통해 가장 적합한 의류 관리법을 스스로 판단하는 스타일러 , 3D카메라로 사용자에게 맞는 옷을 추천하는 ‘씽큐핏’서비스 등을 보여줬다.
올해 초 열린 CES2020에서는 인공지능의 범위를 가전에서 자동차로 확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커넥티드카(인터넷과 연결된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집안에서 미처 보지 못한 TV프로그램을 이어서 상영하는 모습 등을 소개했다. 인공지능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레스토랑도 꾸며졌다.
박 사장은 이번 IFA2020에서 이보다 더 향상된 인공지능 활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온라인으로 참여하는데 비해 LG전자는
박일평 사장이 직접 발표 무대에 서기 때문에 그만큼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이 확대되는 상황도 더 발전된 인공지능에 관한 요구를 높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박 사장은 제품 중심의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라이프 스타일회사로 변모하는 LG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는 등 집안의 생활이 더욱 의미를 지니게 되는 만큼 독일 IFA2020에서글로벌 가전회사로서 차별적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하만 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이다. 2017년 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부문 소프트웨어센터장 부사장으로 영입됐고 2017년 연말 인사에서 최고기술책임자 겸 소프트웨어센터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 11월 인사를 통해 최고기술책임자부문에 신설된 미래기술센터 센터장을 새로 겸임하게 됐다. 미래기술센터는 산하에 인공지능연구소, 로봇선행연구소, 소프트웨어사업화PMO(프로젝트 관리조직)를 두며 LG전자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박 사장은 9월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언론간담회에 연사로 참석해 LG전자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예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