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권세창 대표가 중국에서 폐암 치료제를 내놓는 데 관심이 많은 만큼 포지오티닙의 기존의 임상전략을 수정해 재도전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포지오티닙은 현재 비소세포 폐암과 유방암 등을 치료하는 혁신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권 대표는 2022년 중국 시판허가를 목표로 세우고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중국 임상2상을 진행해왔다.
권 대표는 중국과 한국에서 114명의 포지오티닙 임상대상자를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2019년 8월부터 임상2상 준비에 나섰지만 1년여 동안 5명 모집에 그치며 임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약품은 연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2상의 3번째 코호트 연구결과를 지켜보고 중국 임상2상의 방향을 다시 설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코호트 연구는 특정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연구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해 특정요인과 질병발생 사이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연구방법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상 과정에서 임상전략을 수정하고 재설계하는 사례는 흔하다”며 “포지오티닙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약물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기술수출 파트너사도 임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임상전략을 잘 마련해 임상2상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중국 내 폐암치료제시장의 규모에 주목하며 중국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포지오티닙 판권을 회수해 중국에서 직접 임상을 진행해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한미약품은 2014년에 중국 제약사 루예에 포지오티닙의 중국 판권을 기술수출했다가 2018년에 이 계약을 해지하고 권리를 회수했다.
권 대표는 2019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세계 폐암 환자의 40% 이상이 거주하는 중국에서 포지오티닙의 독자 임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만약 비소세포 폐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에 실패하게 되더라도 적응증을 바꿔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4일 글로벌 제약사 MSD(머크)에 기존에 비만과 당뇨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HM12525A’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기술수출한 경험도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직 비소세포 폐암 임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적응증 변경을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에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내놓은 포지오티닙의 글로벌 임상2상 1번째 코호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객관적 반응률(ORR, 종양이 감소한 환자비율)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17%에 미달한 14.8%로 나타나며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미약품의 중국 임상 대상자는 스펙트럼이 진행했던 1번째 코호트 연구대상과 조건이 동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이 때문에 그대로 중국 내 임상을 진행했다면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임상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스펙트럼은 2번째 코호트 연구에서는 객관적 반응률이 목표로 세웠던 17%를 넘어서는 27.8%로 나타나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로서 포지오티닙의 가치는 여전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
스펙트럼이 연말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지오티닙 임상2상의 3번째 코호트 연구결과에 포지오티닙 중국 임상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2015년에는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포지오티닙의 세계 판권을 기술수출했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한미약품이 개발을 중단했던 폐암 치료제 ‘올리타’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한미약품은 2018년 4월에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던 가운데 올리타의 개발 및 판매중단을 발표했다.
이미 2016년 5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출시했던 국내 ‘27호’ 신약 올리타는 복용에 따른 중증 피부이상반응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며 사망자가 3명이나 나왔다.
올리타와 같은 EGFR TKI 계열의 폐암 치료제인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등이 이미 출시돼 올리타가 제품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한미약품 내부평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리타를 기술수출했던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중국 제약사 자이랩으로부터 잇따라 기술이 반환되기도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리타는 부작용 이슈와 투입해야 하는 연구개발비용에 비해 올리타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분석이 있어 개발을 중단한 것”이라며 “올리타와 포지오티닙이 마주한 상황은 같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