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8-19 12: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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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막으면서 두 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19일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화웨이 관련 추가 제재는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증권사 크레디트리요네 관계자 말을 인용해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일이 새 제재의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실적 위축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6월 발간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 실적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 15% 수준이다.
2019년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매출 3조9천억 원가량을, SK하이닉스는 매출 4조500억 원가량을 화웨이에 의존하는 셈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법인을 통해 제재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면서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보다 화웨이 비중이 큰 SK하이닉스는 앞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화웨이 제재와 관련해 컨틴전시(비상) 계획에 리스크가 다 반영됐다”며 화웨이 제재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두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에 대비해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조절하거나 미국 정부에 화웨이로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또 장기적으로 화웨이의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완전히 잃을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중국과 예정돼 있던 무역협상을 연기하며 “지금은 중국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가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기 어려움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외국언론들은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하면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객사로 남을 여력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화웨이가 외부 반도체 없이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는 내년에 반도체 재고가 떨어지면 스마트폰 및 5G통신장비 제조사로서 끝을 맞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CNN도 “화웨이는 5G통신장비에서 외국산 반도체에 의존한다”며 “이번 제재는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의 끝을 못박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5월 화웨이에 관한 반도체 제재안을 내놨을 때는 화웨이 및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만 TSMC 등 외부에서 생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른 기업으로부터 시스템반도체나 메모리반도체를 공급받는 길을 막지는 않았다.
하지만 17일 발표된 추가 제재안에서는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라는 단서가 삭제됐다. 사실상 제한 대상이 모든 종류의 반도체로 확대된 것이다.
제재는 9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정됐다. 제재안에 따르면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하는 기업이 화웨이 및 화웨이 계열사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어 이번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중론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조하는 메모리반도체는 미국 기술이 핵심”이라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이 만드는 증착·식각 장비부터 검사, 계측,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도구 등에 미국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도 연구원은 “이번 제재는 화웨이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 모든 기성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기업에 영향이 크다”며 “향후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의 매출에 일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