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다른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들과 함께 이사회에서 같은 자격으로 기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제도를 말한다.
김 사장은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의 경영참여를 우려하는 재계의 시선도 여전해 노동이사제가 실제로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6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사장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 보고 싶다”며 “성공사례가 되든 실패사례가 되든 그 길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전력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면 그에 앞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야 하는데 이미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계의 협조가 절실한데 그를 위해서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가을 정기국회 때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공기업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김 사장이 이전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시도했다는 점도 한국전력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선봉'을 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김 사장은 2018년 전력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노동이사제 등 노동자의 경영참여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합의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관련 법률 개정이 무산되면서 한국전력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김 사장은 그때와 달리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법개정에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소속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제도 도입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와 한국노총 등은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아래 업종별 위원회인 공공기관위원회를 만든 뒤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요 의제로 삼아 세부 방법론을 논의해왔다.
이병훈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5월 “합의가 이뤄지면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부정적 여론도 존재해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기업에서 도입하는 것도 반대하는데 공기업에 노동이사제가 실시되면 민간기업에도 요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사장이 노동이사제 대신 낮은 단계의 ‘근로참관제’를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근로참관제는 이사회에서 의결되는 안건을 사전에 근로자가 확인할 수 있고 이사회에서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을 얻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2018년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목표로 근로참관제부터 도입을 시도한 전례도 있다.
김 사장은 노동이사제와 관련한 부정적 시선에 관해 “경영진이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노동자가 단기적 보상에 집착하지 않고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우선시 한다면 별로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