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2020-08-05 10:2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가 상반기 순이익에서 뒷걸음질했다.
코로나19와 초저금리, 사모펀드 환매중단 등 악재가 워낙 많았던 탓인데 신한금융지주 감소폭이 더 컸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그나마 1분기에 비해 2분기 실적이 좋아지는 등 리스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는 모습도 감지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하반기 실적개선과 함께 한국판 뉴딜 추진에 따른 금융지원과 디지털 전환에도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두 회장의 리딩뱅크 경쟁은 여전히 뜨겁고 그만큼 치열하다.
◆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CEO 평가에 디지털 리더십 반영”
- “앞으로 코딩 공부라도 해야 하나?”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우스갯소리만도 아닌 것이 상반기 IBK기업은행 일반직 신입직원 채용시험에 코딩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과 경쟁, 코로나19로 가속화한 비대면 금융사업에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CEO 평가에 디지털 리더십을 반영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IQ, EQ보다 DQ(디지털 IQ지수)를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신한금융그룹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그룹 차원에서 핵심 사업라인을 조정하고 효율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여러 계열사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이를 더 전문성 있는 계열사에 몰아주면서 계열사별로 특장점을 갖춘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이 리스와 할부, 기업여신 등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신한캐피탈은 기업여신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신한카드는 리스와 할부금융사업을 새 주요 먹거리로 키울 수 있도록 신한카드가 신한캐피탈 리스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 앞으로 계열사 사업단위를 헤치고 모으는 작업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이사회를 통해 그룹 차원의 사업 효율화 방안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계열사별로 확실한 성장동력을 마련해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그룹의 중장기 목표인 비은행계열사 강화를 달성하려고 한다.
신한카드가 최근 현대캐피탈에서 렌터카자산을 인수한 것도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라인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다. 전문성 있는 사업분야를 키우기 위해 앞으로도 자산 인수나 인수합병 등과 같은 투자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그룹에서 자산운용사 인수 가능성을 검토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신한금융이 신한BNP파리바운용, 신한리츠운용, 신한대체투자운용 등 여러 자산운용 계열사를 보유한 만큼 이 계열사 사업라인을 정비하고 전문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한 것이다.
-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선지급안을 내놓고 투자자의 동의도 거의 받은 상태지만 최종 배상비율이 결정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를 놓고 투자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큰 것은 이해되지만 투자자 책임 원칙에 어긋나는 선례가 될 수 있어 신한금융 처지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 KB금융그룹, 윤종규 '리딩뱅크'의 위엄 보여주다
- ‘KB라고 쓰고 확고한 리딩뱅크라고 읽는다’ ‘리딩뱅크의 귀환’ ‘견조한 펀더멘털 증명’. KB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을 두고 증권가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KB금융지주는 2분기 순이익이 1분기보다 34.6% 늘어 시장예상치를 대폭 상회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졌음에도 2분기 은행 연체율은 0.21%로 최저 수준을 갈아치웠다. 은행은 물론 비은행 계열사들인 KB국민카드, KB캐피탈 등은 충당금을 대폭 쌓았음에도 2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 하반기 KB금융지주는 조 단위 빅딜인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다. 현재 인수작업이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라이벌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로서 입지를 단단히 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 KB금융지주를 두고 금융권에서 ‘무풍지대’란 말이 나온다. 정작 KB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이런 표현에 손사래를 치지만 표정관리를 해야 할 만큼 나쁜 일은 별로 없고 좋은 일만 많다.
KB국민은행은 최근 SK 주식을 팔아 3천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지분을 판 뒤 SK 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악재에 사고 호재에 떠나라’는 증권가의 격언을 KB국민은행이 정석대로 실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하반기 KB금융지주 안팎의 최대 관심사는 윤종규 회장의 재연임이다. 9월경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로서 윤 회장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윤 회장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조찬 간담회를 한 뒤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9조 원을 투자한다는 통 큰 계획을 내놓고 기존 혁신금융협의회 이름에 ‘뉴딜’까지 붙일 정도로 정부의 정책방향에 발을 맞추고 있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