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투자금융(IB)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며 ‘투자금융 명가’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최근 불거진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으로 명성에 흠집이 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대규모 해외투자와 대어급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투자금융 대부’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지만 환매중단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중단과 관련해 불완전판매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최근 투자금융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묻히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 사장으로서는 전문분야인 투자금융부문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여러 제약을 극복하고 대규모 거래를 마무리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그 공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는 6월23일 NH투자증권을 포함해 6개 투자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207억 달러(약 25조 원)를 자회사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한동안 침체됐던 해외투자분야에서 자산 실사 등 제약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였다.
하지만 이날 정 사장은 환매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와 관련해 판매사 대표로서 투자자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는 옵티머스펀드 피해 최소화에 힘쓸 것이란 약속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투자금융업계 최대 이슈였던 SK바이오팜 상장 흥행을 이끄는 대표주관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는 모두 30조9883억 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2014년 제일모직 기업공개 당시 세웠던 30조635억 원의 청약증거금 최고기록을 6년 만에 갈아치우며 신기록을 세웠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첫 날인 2일 공모가(4만9천 원)의 200% 수준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보였다.
정 사장은 SK바이오팜 상장 기념식이 끝나고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판매사가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할 생각은 없다”며 “그만두는 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편하겠지만 고객과 조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표주관사로서 역할보다 환매중단와 관련해 판매사로서 책임이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정 사장은 평소 금융소비자 보호에 힘썼던 만큼 아쉬움은 잠시 미뤄두고 환매중단과 관련해 투자금 선지급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사장은 그동안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해 증권업계 최초로 CCO(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를 독립 선임하고 핵심성과지표(KPI) 대신 ‘과정가치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선 대표적 경영자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