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퀄컴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의 연계가 굳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TSMC를 따라잡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
10일 IT매체 아난드테크에 따르면 퀄컴이 최근 발표한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65플러스’는 TSMC 7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퀄컴의 이전 제품인 ‘스냅드래곤865’ 역시 TSMC 7나노급 공정에서 만들어졌다. 스냅드래곤865는 현재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65를 통해 TSMC 공정 품질을 확인한 만큼 스냅드래곤865플러스 역시 굳이 생산처를 바꾸지 않고 TSMC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퀄컴이 TSMC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있어 반갑지 않은 일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퀄컴의 반도체를 TSMC와 일부 나눠 생산하고 있다.
퀄컴이 2019년 말 선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운데 최고급 제품인 스냅드래곤865는 TSMC가, 보급형 ‘스냅드래곤765/765G’는 삼성전자가 각각 생산을 차지했다.
퀄컴의 5G통신모뎀 ‘스냅드래곤X60’도 삼성전자와 TSMC가 함께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공동생산이 지속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최고사양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분류되는 ‘스냅드래곤8××’ 시리즈에 관해서는 TSMC의 위탁생산 독주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국 IT매체 마이드라이버는 퀄컴의 차세대 5나노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75’가 TSMC에서 이미 양산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스냅드래곤875는 2021년 상반기 출시돼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세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TSMC 실적에도 적지 않게 기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집계한 1분기 세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매출 점유율을 보면 퀄컴이 40%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한편 영국 로이터 등에 따르면 TSMC는 매출의 60%가량을 퀄컴과 같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쪽에서 굴지의 1위를 유지해 왔지만 시스템반도체에 관해서는 아직 글로벌기업들에 도전하는 위치에 머물러 있다. 특히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 격차가 크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2분기 매출 101억500만 달러를 거둬 파운드리시장 전체 매출의 51.5%를 점유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매출 36억7800달러로 점유율 18.8%에 그쳤다.
외부 수주로 발생하는 실적만 놓고 보면 두 기업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로부터 위탁받은 물량을 포함해 집계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