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0-07-03 15: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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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의 경영공백으로 표류하는 신라젠을 주상은 사업전략본부 총괄전무와 이권희 재무담당 상무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주상은 전무는 항암치료제 '펙사벡'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이권희 상무는 신라젠의 주식거래 재개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 주상은 신라젠 사업전략본부 총괄 전무.
3일 신라젠에 따르면 9월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최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된 주상은 전무와 이권희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하는 등 경영체제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가 6월11일 대표에서 사퇴한 후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던 양경미 전 신라젠 연구개발전략기획 총괄 부사장도 7월1일 사퇴한 것으로 알려지며 경영공백이 우려됐다.
신라젠의 기업가치를 대표하는 것이 항암치료제 '펙사벡'인데 그동안 펙사벡 연구개발은 문은상 전 대표가 전적으로 이끌어왔다.
이 때문에 문은상 전 대표가 사퇴하고 뒤를 이을 인물이 누구인지가 신라젠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주상은 전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상은 전무는 서울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성균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글로벌 제약사 얀센, 노바티스, 레오파마, 다케다, GSK 등을 거쳐 2019년 6월 신라젠의 미국 자회사인 바이오테라퓨틱스의 사업개발 전무로 합류했다.
특히 GSK에서 사업개발 및 전략 마케팅 이사를 역임하고 레오파마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위기에 놓인 신라젠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또 펙사벡과 관련한 임상시험을 바이오테라퓨틱스에서 진행했던 만큼 펙사벡에 관한 이해도도 다른 임원들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권희 상무는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 부장을 거쳐 신라젠에서 재무담당 상무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펙사벡 연구개발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적자가 지속되는 신라젠의 재무건전성 확보에 집중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젠은 주상은 전무와 이권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을 통해서 5월6일부터 정지된 코스닥 주식거래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6월19일 신라젠을 코스닥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하면서 신규 경영진 구성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 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의 주식시장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이다. 심사를 통해 주식거래정지가 해제되거나 일정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난 뒤 재검토를 통해 주식거래 재개나 상장폐지가 결정된다.
신라젠 관계자는 "전 경영진의 횡령 배임 등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한다"며 "새로 경영지배인 역할을 맡는 주상은 전무와 이권희 상무는 문은상 전 대표가 영입한 인물도 아니며 신라젠에 재직한 기간도 길지 않아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신규 경영진 구성 조건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제조업체와는 달리 연구개발이 중요한 바이오기업 특성상 완전히 외부인물을 회사 대표로 선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주상은 전무를 향한 의심어린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주상은 전무가 양경미 전 부사장, 문은상 전 대표와 같은 1965년 출생이고 서울대학교 동문이라는 점을 들어 친분관계를 의심한다.
또 문은상 전 대표가 신라젠 바이오테라퓨틱스로부터 2017년 6월경부터 임금 명목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주상은 전무가 이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주상은 전무는 신라젠 바이오테라퓨틱스에서 사업개발 전무를 맡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신라젠 관계자는 "주상은 전무는 2019년 6월에 신라젠 자회사에 들어갔다"면서 "또한 문은상 전 대표가 자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은 직원들 모두 알고 있었고, 회계법인 감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문은상 전 대표 사퇴한 뒤 신라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던 양경미 전 부사장은 사퇴하고 사내이사직도 내려놨다.
양경미 전 부사장은 문은상 전 대표가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로 한국거래소의 신규 경영진 구성 요구에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은상 전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업무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미수 등 혐의로 5월29일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