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이 마스크용 제품의 생산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언제든지 재확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두 계열사는 마스크 수요 증가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의지가 실려있는 움직임이다.
18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2020년 디보틀넥킹(Debottlenecking, 생산 과정의 효율화)을 통해 스판덱스 생산량을 1만 톤 늘리는 한편 저급 스판덱스인 70~140D(데니어) 스판덱스의 생산량을 언제든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효성티앤씨는 과거 조 회장이 섬유PG(퍼포먼스그룹)장을 지내던 시기(2007~2016년)부터 스판덱스 생산량을 글로벌 생산량의 30%로 유지한다는 전략을 펴왔다.
올해 디보틀넥킹은 중국 화학섬유회사 저장화펑의 3만 톤 증설에 따른 것으로 특이한 계획은 아니다.
오히려 특이한 점은 저급 스판덱스의 생산을 늘릴 준비를 한다는 사실이다.
효성티앤씨의 주력제품은 스판덱스 가운데서도 고급에 해당하는 40~50D 스판덱스다. 그런데 효성티앤씨는 주력제품의 비중을 낮추려 하는 셈이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마스크용 이어밴드(귀에 거는 부분)에 쓰이는 저급 스판덱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무관치 않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마스크용 수요가 워낙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저급 스판덱스의 가격이 고급 스판덱스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코로나19로 의류 소비도 줄었지만 저급 스판덱스 수요가 의류용 스판덱스 수요 감소분을 보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물론 라인 전환에는 비용이 들지만 효성티앤씨는 이를 감수할 만 하다고 본다.
저급 스판덱스는 고급 제품과 비교해 가공 단계가 줄어들어 생산 과정에서 가공비가 절감된다. 게다가 처음부터 고급 제품을 생산하다가 저급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 효성그룹은 매일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상황을 확인하고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화학 계열사 효성화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효성화학은 앞서 4월부터 폴리프로필렌(PP) 생산라인 가운데 일부를 위생재용으로 쓰이는 스펀본드 폴리프로필렌(Spunbond PP) 생산라인으로 개조해 뒀다. 이 제품은 여러 위생재 가운데서도 마스크용 수요가 많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스펀본드 폴리프로필렌은 아직 생산량을 언급할 만큼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업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는 ‘포스트 코로나19’ 시기에 화학제품 수요가 회복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은 화학체인 계열사들의 역량을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언제든지 재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효성그룹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번에 마스크의 중요성이 각인된 만큼 글로벌시장에서 마스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효성티앤씨는 1분기 영업이익 783억 원을, 효성화학은 124억 원을 각각 거둬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8일 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 주식을 ‘마스크 수혜주’로 꼽고 화학업종 최선호주 가운데 하나로 추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