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은 공식적으로 LG그룹을 대표하는 총수로 인정을 받을 뿐 아니라 최연소 대기업집단 동일인이 됐다.
구 회장은 1년 동안 LG그룹의 체질을 적잖이 바꿔놓았다.
강도 높은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과감한 인사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지주회사 LG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면서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에 힘을 쏟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개편도 추진했다. 경쟁사와 법적 분쟁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경영에 공격적 DNA도 심었다.
다만 구 회장은 재계 4위 그룹의 총수로서 대외활동이 활발한 편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재계 총수들이 모이는 자리들에는 대체로 참석하고 있기는 하나 개별적으로 사업상 파트너와 회동이나 해외출장 등의 공개 일정을 진행하는 일은 없었다.
동일인 지정 후 2019년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7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났지만 모두 4대그룹 총수들과 함께 한 자리였다. 알려진 해외일정은 총수 지정 이전인 3월 미국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9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분쟁이 격화했을 때 구 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총수 간의 대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공개일정은 많지 않다. LG인화원, LG화학 연구소,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등을 방문하며 현장경영을 해왔지만 올해 시무식은 이메일 동영상으로 진행했고 LG 주주총회 참석도 서면 인사말로 갈음했다. 최근에는 반기마다 열리는 계열사 사업보고회를 연 1회로 줄였다.
구 회장은 젊은 나이이기도 하지만 소탈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 회장에 오른 뒤에도 회장보다는 대표로 불러달라며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총수가 전면에 나서서 기업을 이끄는 일반적 오너경영과 길을 달리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형식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점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 회장이 계속 총수가 아니라 단순한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모습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시선도 고개를 든다.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미래가 불투명할 때일수록 총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돌파구를 찾고 과감한 미래비전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이 만나 배터리 기술을 논의하거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화상으로 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개발을 독려하는 등 최근 총수들의 움직임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구 회장이 총수로서 행보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젊고 LG그룹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만큼 구 회장을 향한 안팎의 기대는 여전히 큰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한국CSR연구소의 재벌총수 신뢰도 조사에서 구 회장은 34.1점으로 이재용 부회장(27.1점)에 앞서 17회 연속 1위를 지켰다.
구 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응하고, 위기 이후의 미래 기회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경영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로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계열사 고객센터를 방문해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구 대표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임직원들이 안전한 근무여건 속에서 소속감과 자부심을 지니고 일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진과 관련 조직이 세세히 살피고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