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의 사업 다각화 계획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K가스는 LPG(액화석유가스) 유통사업을 진행하는 가스사업부 단일사업의 구조를 지니고 있어 업황 변동에 취약하다.
윤 사장은 LNG(액화천연가스) 관련사업을 육성해 가스사업부의 사업을 다각화에 이어 화학사업의 직접 진출까지 도전하며 SK가스가 LPG회사를 넘어 종합 화학에너지회사로 가는 길을 닦고 있다.
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올해 SK가스의 본업 LPG뿐만 아니라 신사업 LNG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윤 사장은 앞서 3월 SK가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발굴한 LPG 및 LNG 사업에서 ‘점’을 올해는 더 크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미래의 초석을 탄탄히 다지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가스 복합화력발전소인 울산 GSP발전소를 중심으로 LNG 가치사슬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가스는 202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LPG와 LNG를 모두 발전원으로 쓸 수 있는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세워뒀다. 예상 투자규모는 1조2천억 원이다.
이 계획은 윤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인 2014년 SK가스가 세운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정부의 탈석탄기조와 맞물려 수정된 것이다. 최종 계획이 윤 사장 임기에 와서야 확정됐다.
윤 사장은 발전소 가동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LNG 직도입을 선택했다.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를 사서 쓰지 않고 직접 도입해 쓰는 방식이다.
LNG 직도입은 비용 절감에 유리하지만 LNG를 저장하고 발전소에 공급할 터미널이 필요하다. 윤 사장은 이 문제를 SK가스가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 건설사업은 애초 울산 북항에 원유 저장터미널을 짓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투자하기로 했던 글로벌 석유 유통그룹 보팍이 사업에서 투자결정을 철회했다.
윤 사장은 SK가스가 보팍을 대신해 이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원유 저장터미널 대신 LNG터미널을 짓는 방향으로 사업 내용의 변경을 내걸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사업은 울산 에너지허브사업으로 이름이 바뀌고 사업내용은 2024년 6월까지 21만5천 m3 규모의 LNG터미널을 짓는 것으로 변경됐다. SK가스는 지난해 11월 사업지분 45.5%를 인수하며 참여를 공식화했다.
울산 GSP발전소와 울산 에너지허브가 모두 가동하는 2024년이면 SK가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가 된다.
윤 사장의 LNG 가치사슬 전략이 발전 중심이라면 LPG 가치사슬 전략은 화학이 중심이다.
3월 SK가스는 사우디아라비아 화학회사 APC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현지에 2023년 말까지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을 짓는 계획을 내놓았다. 예상 투자규모는 18억 달러(2조2천억 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프로필렌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찌꺼기로 남는 나프타를 전용 분해설비(NCC)에 투입해 만든다.
그런데 SK가스는 프로판(LPG)에서 수소를 제거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프로판탈수소화(PDH) 방식의 설비를 짓기로 했다. 석유화학이 아닌 가스화학이다.
SK가스는 이미 APC, 쿠웨이트 국영화학사 PIC와 함께 만든 3자 합작회사 SK어드밴스드를 통해 가스화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학이 낯선 분야는 아닌 셈이다.
윤 사장은 가스화학사업의 확대를 통해 SK가스가 구축한 프로판-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의 가스화학 가치사슬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윤 사장은 LNG와 화학으로 SK가스의 사업을 다각화하며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가스는 LPG에만 집중하던 사업구조의 한계를 경험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2017년 프로판과 부탄의 아시아 공시가격을 각각 톤당 468달러, 502달러로 책정했는데 2018년에는 각각 542달러, 539달러로 높였다.
SK가스는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2018년 순이익 554억 원을 거둬 2017년보다 63%가 줄어들었다.
2019년 대표이사에 오른 윤 사장으로서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