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에서 떨어져나간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돌고 돌아 다시 SK하이닉스의 곁으로 돌아왔다.
아직 완전히 SK하이닉스 품에 들지는 않았으나 향후 SK하이닉스 비메모리사업 도약의 발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매그너스반도체(옛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반도체사업 포트폴리오가 넓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호황기 확보한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투자를 최적화하겠다”고 말했다.
매그너스반도체 투자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매그너스반도체를 직접 인수하려다가 포기하고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매그너스반도체는 국내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5300억 원으로 자금 마련을 위한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50%+1주, SK하이닉스가 49.8%를 출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에 변화를 모색하며 비메모리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일본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이미지센서 브랜드를 설립했다. 또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123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0년 2분기 안에 중국에서 합작법인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체제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 웨이퍼를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사업을 하고 있다. 파운드리업계 1, 2위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가 12인치 웨이퍼 기반으로 대량생산을 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
매그너스반도체 청주공장도 8인치 웨이퍼 제품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파운드리사업을 확대하면서 매그너스반도체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상승효과를 꾀할 수가 있다.
매그너스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뿌리이기도 한 LG반도체를 모체로 하는 유서깊은 기업이다.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출범했는데 매그너스반도체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사업부로 존재했다.
하이닉스가 2004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메모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메모리사업을 미국 씨티벤처캐피탈(CVC)에 매각하면서 매그나칩반도체가 설립됐다.
매그나칩반도체는 2011년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하기도 했고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분야에서 디스플레이 계열사를 배제한 비계열(논캡티브)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씨티벤처캐피탈이 인수 후 부채를 갚지 못하면서 파산절차가 진행됐고 채권단인 애비뉴캐피탈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피델리티매니지먼트, 브리게이드캐피털, 오크트리캐피털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잇따라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이어졌다.
결국 2019년 파운드리사업 매각이 결정됐고 모태기업인 SK하이닉스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업황 둔화로 최종 인수는 포기했으나 투자 참여 방식으로 향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반도체에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 인수주체인 사모펀드쪽 인사인 김연규 크레디언파트너스 대표와 차성재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상무가 매그너스반도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