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파미셀 대표이사가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줄기세포 치료제의 치료범위를 급성 호흡기질환 치료까지 확장한다.
파미셀이 생산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원료의 수요가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라 증가하고 있어 치료범위 확장을 위한 연구개발비 마련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파미셀에 따르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셀그램-AKI’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파미셀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은 3곳 가운데 한 곳이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허가되지 않은 임상용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이용하면 의약품의 유효성을 미리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통해서 셀그램-AKI가 급성 호흡기질환의 치료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셀그램-AKI는 본래 김 대표가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해 급성 신장손상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셀그램-AKI가 아직 임상 초기 단계에 있는 물질이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에는 불리하다고 판단해 장기적 관점에서 급성 호흡기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중간엽줄기세포가 세포 재생과 면역 조절능력으로 항염증 반응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질환 치료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줄기세포를 투여해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한 사례도 셀그램-AKI의 급성 호흡기질환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을 높여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쿤밍대학 연구팀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9명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해 병세를 호전시켰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치료제가 사이토카인 폭풍(면역과잉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많은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며 “셀그램-AKI가 중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미셀이 생산하고 있는 치료제 원료의 수주가 증가하고 있어 김 대표가 치료 범위 확장을 위한 연구비를 추가로 확보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미셀은 진단키트와 진단시약, 유전자 치료제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뉴클레오시드’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유전자 진단시약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뉴클레오시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파미셀에 따르면 뉴클레오시드 매출은 3월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71억 원의 80% 가까이 넘어선 60억 원을 냈다. 올해 뉴클레오시드 매출을 100억 원 이상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매출 증대에 힘입어 늘어나는 연구개발비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파미셀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49억 원을 지출했는데 올해는 53억 원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파미셀은 2017년까지 영업적자를 내다 2018년 수익성이 높은 뉴클레오시드 등의 매출이 늘어나며 연구개발비 등의 고정비를 상쇄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올해 매출 확대에 따라 영업이익이 96억 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