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면서 경영전략에서 미래 사업성을 놓고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4월 중에 현대HCN 매각을 위해 공개입찰을 진행한다.
정 회장은 미래 사업성을 따져봤을 때 현재가 매각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HCN은 케이블TV사업에서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해 2019년 기준으로 상각전 영업이익으로 700억 원을 내면서 우수한 현금 창출능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TV업계가 IPTV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통신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어느 정도 값에 팔 수 있을 때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새 성장동력으로 꼽은 온라인사업과 면세점을 놓고는 투자를 늘리거나 차별화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백화점은 자체 온라인몰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온라인 전용센터를 구축하기보다는 국내 대형 이커머스인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등에 입점해 접근성을 넓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업종이 겹치는 현대홈쇼핑을 현대백화점 온라인몰과 통합해 경쟁력을 높이고 패션과 리빙부문은 각기 특성에 맞게 자체 전문몰 형태로 운영하는 것으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면세점도 유통부문에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에 현재까지 모두 2500억 원가량을 투자해 2년여 만에 시내면세점 2곳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한화와 두산이 국내 면세점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핵심사업이 유통인 만큼 면세점사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면세점업계 전반에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해마다 10% 이상 면세산업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백화점 등의 유통사업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유통과 패션, 리빙 등 기존 사업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사업에서 대형 인수합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HCN을 매각을 추진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 방침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유통과 패션, 리빙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이지만 미래 사업성이 높다면 전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열어두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그동안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성과를 냈지만 온라인으로 유통산업 흐름이 넘어가면서 과감하게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본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비상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런 변화를 지난해 연말 현대백화점그룹 임원인사에서도 보여 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안정’을 중시하는 임원인사를 진행했지만 지난해 이동호 전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등이 퇴진하고 1960년대 출생 임원들을 적극적으로 계열사에 배치하면서 인사폭도 확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이 유통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빠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뿐 아니라 최근 미국 대표 백화점인 시어스 등 해외에서 백화점들도 파산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