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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희 식약처장이 지난 8월11일 백신을 제조하는 전남 녹십자 화순공장을 방문해 4가 독감백신의 제조와 품질관리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
올 겨울 독감백신 시장의 판도가 바뀔까?
영국계 글로벌 제약회사인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국내 독감백신시장에 4가 독감백신을 출시하고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4가 독감백신은 4가지 독감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어 3가지 독감바이러스를 예방하는 3가 백신보다 독감 예방범위가 넓다.
GSK는 현재 국내에서 4가 독감백신을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녹십자와 SK케미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4가 독감백신 판매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식약처가 언제 두 회사의 4가 독감백신 판매를 허가해주느냐에 따라 올해 겨울 국내 독감백신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 GSK, 국내에 4가 독감백신 유일하게 공급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SK는 유한양행 등과 손잡고 4가 독감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 영업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타입은 지금까지 144종이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해마다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선정한다. 세계보건기구 협력기관인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NIBSC)는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바이러스의 원형을 만들며 제약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백신을 만든다.
세계보건기구는 그동안 3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들은 3가 독감백신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2012년부터 4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질병관리본부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유행을 예측한 바이러스와 실제 유행한 바이러스를 비교하니 5차례나 예측하지 않은 바이러스가 유행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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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K의 4가 독감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 |
이를 백신의 미스매치라고 표현한다. 바이러스는 A형 바이러스주와 B형 바이러스주로 나눌 수 있는데 백신의 미스매치는 주로 B형 바이러스주에서 예측하지 않은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수백 명이 사망한 홍콩독감 사태도 예측하지 못한 B형 바이러스주가 유행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3가 독감백신은 A형 바이러스주 2종과 B형 바이러스주 1종을 예방했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B형 바이러스주에 대해 취약했다. 그러나 4가 독감백신은 A형 바이러스주 2종과 B형 바이러스주 2종을 예방할 수 있어 독감 예방범위가 넓다.
4가 독감백신은 3가 독감백신보다 50% 이상 비싸지만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4가 독감백신이 전체 독감백신시장의 70%를 장악했다. 글로벌 산업분석업체인 데이터모니터는 미국 독감백신시장이 2017년까지 4가 백신으로 완전히 교체될 것으로 전망했고 유럽 독감백신시장도 2021년까지 4가 백신으로 완전히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제약기업 가운데 4가 독감백신을 판매하고 있는 제약회사는 GSK, 사노피, 메드이뮨 3곳에 불과하다.
GSK는 올해 봄 식약처로부터 플루아릭스테트라 판매승인을 마친 상태다. 플루아릭스테트라는 9월 말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GSK의 4가 독감백신, 시장점유율 늘릴까
GSK는 판매 중인 백신 8종의 판매대행을 광동제약과 맺었지만 플루아릭스테트라는 유한양행에 별도로 판매대행을 맡겼을 정도로 GSK는 4가 독감백신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4가 독감백신은 일반 3가 독감백신보다 비싸지만 예방효과가 3가 독감백신보다 우수해 올해 겨울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GSK는 경우에 따라 4가 독감백신의 독점적 지위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녹십자와 SK케미칼은 자체적으로 준비한 4가 독감백신이 아직 판매승인을 받지 못했다.
녹십자는 지난 4월 식약처에 유정란 배양방식의 4가 독감백신의 판매허가를 신청했고, SK케미칼은 지난 6월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의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녹십자와 SK케미칼은 모두 아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아 4가 독감백신을 팔 수 없다.
녹십자와 SK케미칼은 4가 독감백신의 판매승인을 예상하고 기초적 생산작업을 어느 정도 끝냈다. 그러나 판매승인이 나더라도 최종생산까지 최소 40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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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대구 동구보건소에 8천여 명의 노인들이 몰려들었다. |
사람들은 독감백신을 가을에서 초겨울에 대부분 접종한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겨울 독감백신시장에서 GSK가 유일한 4가 백신 공급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GSK의 공급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GSK가 올해 국내에 책정한 물량은 150만 도즈(1회 접종분)다. 이는 올해 국내 독감백신 수요량의 7.5% 수준에 그친다.
GSK는 추가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감백신은 생산까지 수개월이 걸려 사실상 추가공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식약처, 국산 4가 독감백신 조기판매 승인할까
정부가 GSK의 4가 독감백신 독점판매를 막기 위해 녹십자의 4가 독감백신에 대해 판매승인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승희 식약처장은 지난달 11일 녹십자의 화순공장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신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신종 감염병 출현으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체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백신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내기업의 백신생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최근 녹십자와 SK케미칼이 국산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해 허가를 신청했다"며 "빠른 시일 내 제품출시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도 이 자리에서 “본격적 독감 예방접종시기를 넘기지 않고 허가가 나오길 바란다”며 "녹십자가 신청한 4가 독감백신이 9~10월에 판매승인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녹십자와 SK케미칼의 4가 독감백신 판매승인을 언제 내주느냐에 따라 독감백신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통상 독감백신은 10월부터 접종을 시작해 12월 초에 마무리된다. 녹십자나 SK케미칼이 독감백신시장에서 4가 독감백신을 놓고 GSK와 경쟁하려면 늦어도 9월 안에 판매승인을 받아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