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형SUV인 볼보의 XC90이 2019년 4분기 모두 6242대 팔렸다는 점에 비춰볼 때 GV80가 미국에서 흥행을 예고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고급 SUV시장 문턱이 낮다는 점이 현대차의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 일부 고급차 브랜드들이 주름잡는 고급 세단시장과 달리 고급 SUV시장에서는 세계 완성차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프리미엄 SUV-D, SUV-E 세그멘트는 동급 세단시장과 비교해 규모가 2배 이상 크고 전통적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지배력이 약해 제네시스(GV80, GV70)에 가장 적합한 시장”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인피니티, 볼보, 재규어 등의 SUV들도 미국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못지않은 판매량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GV80이 속할 고급 대형SUV시장만 놓고 보면 2019년 4분기 인피니티 QX60은 1만1541대, 메르세데스-벤츠의 GLE는 1만6621대 팔려 격차가 크지 않다.
GV80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증권업계는 2020년 한 해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GV80을 4만 대가량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네시스가 2019년 미국에서 모두 2만 대가량 팔렸다는 점에서 썩 나쁘지 않은 수치다.
여기에다 고급 SUV시장 선두를 달리는 렉서스가 올해 새 대형SUV를 내놓지 않는 점도 현대차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제네시스는 ‘합리적 가격을 책정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렉서스의 대안으로도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2019년 말 컨슈머리포트의 자동차테스트 담당 수석디렉터인 제이크 피셔의 말을 인용해 “제네시스가 렉서스의 배턴을 이어받고 있다”며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렉서스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들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첫 SUV를 내놓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카앤드라이브는 “트럭과 SUV에 집착하는 세계(미국)에서 세단을 등에 업고 살아남았던 제네시스 브랜드가 드디어 SUV 모델을 갖추게 됐다”며 GV80 출시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앞날이 지금과 다르게 바뀔 것임을 암시했다.
GV80은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쟁쟁한 고급차 브랜드들을 제치고 흥행반열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된다.
1월15일 출시된 뒤 지금까지 2만1천 대 넘는 물량이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