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민생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호남 기반 정치세력이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호남 대표’라는 정체성 외에 내세울 만한 경쟁력이 없는 데다 호남 민심마저 대부분 여당인 민주당에 돌아서며 정치판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당을 구성하는 옛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김관영 의원이 애초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결정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이 호남에서 민주당 이외의 정당으로 나오는 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차라리 총선 이후 민주당 입당의 뜻을 내보이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란 시선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계 대표 정치인으로 꼽히는 정동영 의원이 이후에도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키려면 나중에 민주당에 흡수되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민생당 의석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일이 절실하다.
정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호남계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민생당으로 통합하는 데 뜻을 모은 것도 호남에서 역량을 집중해 정치적 후일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문제는 통합을 거쳐 민생당이 출범한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민생당 지지율 흐름은 통합 이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데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1%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하려는 민생당 예비 후보들의 탈당 움직임도 불거지고 있다.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예비후보였던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전북 김제‧부안의 현역 김종회 의원도 곧 민생당을 나와 다른 정치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당의 지도자급인 정 의원은 민생당의 지지도를 높고 애를 먹고 있지만 선거구 전북 전주병에서 생존하는 일이 당장 발 등에 떨어졌다.
전주병에서 정 의원의 가장 큰 경쟁자는 민주당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인데 현재 지지율 측면에서 정 의원은 김 전 이사장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의원과 김 전 이사장은 2016년 20대 총선 때도 전주병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이 때 옛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정 의원은 김 전 이사장을 1천 여 표 차이로 간신히 따돌린 바 있다.
당시 옛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당 지지도 상황이 한참 뒤바뀐 지금 정 의원이 김 전 의원에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주병 선거전은 벌써부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5일 민생당은 문정선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김 전 이사장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있을 때 직위를 이용해 이권을 챙겨 고발당했다는 사실을 내세워 김 전 이사장을 비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전북도당도 논평을 내고 정 의원이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페이스북 광고를 한 탓에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된 사실을 놓고 날을 세웠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는 3일부터 5일까지 실시됐다. 조사대상인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6853명 가운데 15%인 1000명이 응답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