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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의 '채찍과 당근', 대기업 역외탈세 사라질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9-02 15: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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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외 탈세자에 ‘채찍과 당근’을 꺼내들었다.

역외탈세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처벌을 면제해 주지만 적발되면 엄중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등 역외법인을 통한 조세회피를 이번에 뿌리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경환의 '채찍과 당근', 대기업 역외탈세 사라질까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10월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해외 수입과 은닉재산 등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더라도 자진신고할 경우 처벌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자진신고를 통해 행정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국내 거주자와 내국법인은 국제거래나 국외에서 소득이 발생했거나 해외재산이 있는 경우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신고해야 한다. 해외 거주자나 외국법인, 국내소득이나 재산은 이번 신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기한 안에 자진신고할 경우 위반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 세금미납 기간 가산세, 과태료도 물지 않아도 되고 체납자 명단도 공개되지 않는다.

정부는 신고기간이 끝나면 해외 은닉소득과 재산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일 담화문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의 시행취지를 충분히 이해해 주시고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납세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역외탈세 추징액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조2179억 원까지 불어났다. 정부가 역외탈세에 대해 자진신고를 받는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역외탈세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법이 조세피난처 등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이다.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라구안, 스위스, 싱가포르 등이 세금이 아예 없거나 세율이 낮아 조세피난처로 애용되는 곳이다.

2007년부터 8년 동안 대기업에서 조세피난처로 송금한 뒤 회수되지 않은 자금은 무려 19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과거 탈세의 죄를 묻지 않고 이례적으로 시한부 자진신고를 받기로 한 것도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간 막대한 세원을 양성화해 세수를 확보하려는 뜻이다.

재벌닷컴이 지난 6월 전수조사한 결과 국내 대기업 61개 가운데 33곳이 조세피난처에 237개 역외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이 전체 역외법인 284개사의 24.3%를 차지하는 69개사를 두고 있었다. SK그룹의 역외법인은 국가별로 홍콩 32개사, 케이만군도 32개사, 파나마 3개사, 버진아일랜드와 버뮤다 각 1개사로 집계됐다.

두 번째로 많은 곳은 롯데그룹으로 조세피난처 역외법인은 홍콩 25개사, 버진아일랜드 9개사, 케이만군도 3개사, 모리셔스 1개사 등 38개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홍콩 16개사, 파나마 3개사, 케이만군도 1개 등 모두 20개 역외법인을 조세피난처에 둔 것으로 파악돼 전체 대기업 가운데 3번째로 많았다.

이밖에 CJ그룹은 홍콩 10개사와 버진아일랜드 2개사 등 모두 12개사, 이랜드그룹은 홍콩 8개사와 케이만군도와 버뮤다에 각각 1개사 등 모두 10개사, 현대중공업그룹은 홍콩과 파나마, 마셜군도, 버뮤다와 모리셔스 등에 모두 8개사, 한화그룹과 현대그룹, 효성그룹 등 3곳은 홍콩 등 조세피난처에 7개의 역외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역외법인에서 반드시 탈세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해외탈세에 칼을 빼든 만큼 예의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이번 조처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영국 등 선진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외탈세에 대해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일부 부유층과 기업들의 역외탈세가 워낙 심한 데다 실태파악 조차 힘들어 자진신고가 ‘겁주기’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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