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철영 부회장이 3월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조용일 총괄사장과 이성재 총괄부사장이 이 부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해상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조 사장이 1958년, 이 부사장이 1960년 태어나 이 부회장보다 각각 8살, 10살 나이가 적다.
이 부회장은 보험업계의 대표적 장수 CEO로 2007년 처음 현대해상 대표이사에 올랐다.
중간에 3년 동안 회사를 떠나있던 시기를 제외하고도 10년 동안 현대해상을 이끌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현대해상의 최대주주인 정몽윤 회장의 만류로 퇴진이 미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과 함께 보험업계 장수 CEO로 통하던 차남규 전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도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도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회사를 떠난다.
차남규 전 부회장과 박윤식 사장의 후임은 각각 여승주 사장과 강성수 부사장이다. 여 사장은 1960년, 강 부사장은 1964년에 태어나 전임자보다 각각 6살, 7살 나이가 적다.
보험사는 금융권의 다른 업권과 비교해 장수 CEO들이 많은 편이다. 보험상품의 주기가 긴 탓에 이에 걸맞은 장기적 비전을 갖춘 인물이 선호된다. 보험사 대표이사 연령대도 다른 산업보다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국내 보험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에 따른 수익률 악화,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급등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는 등 큰 변화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등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순이익 감소폭은 10~40%에 이르렀다. 생명보험사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8년보다 41% 급감했다.
앞으로 2~3년이 보험사의 생존을 가늠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과거 일본에서처럼 보험업계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저금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8개 보험사가 잇달아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에서도 ‘합종연횡’을 통한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오거나 외국계 보험사들의 한국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D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와있고 조만간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을 최대주주로 둔 캐롯손해보험이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범했고 카카오페이와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의 합작 디지털보험사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기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시장 규모나 각종 규제장벽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았던 일상생활 속 작은 손해를 보장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보험사들의 비대면채널 전환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보험영업 때문에 다른 금융권보다도 군대식의 보수적 분위기가 훨씬 강한 곳”이라며 “보험사에 비대면채널,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서 과거와 같은 방법이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퍼진 점도 보험업계 세대교체의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