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주 확대기조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까 마음을 졸이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다른 대형건설사보다 해외사업 비중이 월등히 높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국가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장기화하면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일 건설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말레이시아 사라왁주가 2월29일부터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사라왁 메탄올 플랜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나온다.
사라왁 메탄올 플랜트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빈툴루지역에 하루 5천 톤 규모의 메탄올 생산시설을 짓는 사업인데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기본설계(FEED)와 초기 공정 일부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애초 지난해 4월 기본설계 계약을 맺으며 이르면 2019년 말 10억 달러 규모의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체결을 기대했으나 아직 본계약을 맺지 못했다.
증권업계는 상반기 본계약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한국인 입국이 막히면서 본계약 체결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생겼다.
국내 대형건설사는 대부분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해외사업을 활발히 하는 만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국가의 입국금지조치 확대가 삼성엔지니어링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다른 대형건설사와 달리 국내 주택사업 없이 해외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계열사 물량을 뺀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전체 매출의 61%를 해외에서 올렸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보다 18%포인트, 삼성물산 건설부문보다 30%포인트가량 해외 매출비중이 높다.
건설사는 입국 길이 막히면 파견직원의 한국 휴가, 한국휴가 직원의 현지 복귀, 인력 추가배치, 신규 프로젝트 진출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해외사업은 국내사업처럼 코로나19가 확산에 따른 공사지연을 예외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국토교통부는 2월28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현재 상황을 ‘전염병 등 불가항력 사태로 계약이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로 규정하고 국내 공사지연과 관련해 시공사 측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현장에 적용될 뿐 해외현장과 무관하다.
최 사장은 30년 넘게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일한 삼성맨으로 2018년 초 삼성엔지니어링의 주력사업인 화공플랜트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임무를 안고 대표에 올랐다.
당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사업에서 고전하며 수주와 실적 모두 부진을 겪을 때였는데 최 사장은 임기 첫 해인 2018년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고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을 2018년보다 87% 늘리며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최 사장은 올해 신규 수주목표로 지난해 실적보다 50% 많은 10조5천억 원을 제시했다. 공격적 수주목표를 세우고 외형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019년 4월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말레이시아 석유 화학회사인 사라왁 펫쳄과 메탄올 플랜트 기본설계 계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동시에 한국을 거친 외국인을 입국금지하는 나라가 계속 늘어날수록 최 사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멕시코에서 정유 플랜트 프로젝트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5월 1단계 사업을 마친 뒤 25억 달러 규모의 EPC 본 계약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는 2월28일부터 한국을 거친 외국인이 발열 등 증상이 있으면 14일 동안 격리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나라는 빠르게 늘고 있다.
2일 외교부 재외국민안전과에 따르면 오전 9시10분 기준 세계 36개국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다. 2월24일 기준 6개국에서 일주일 사이 6배 늘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입국금지 초기 단계로 별다른 문제없이 해외현장이 운영되고 있다”며 “다만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각국의 정책과 현장 변화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