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모습. <연합뉴스> |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장 가동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미 많은 자동차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적정 수준의 재고를 보유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1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중국과 국내 부품기업의 가동중단, 국내 노동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등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의 1분기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를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공장에서 1주일에 생산하는 차량은 각각 3만4천 대, 2만9천 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분기 공장 가동중단 기간(가동률 하락, 휴업 포함)이 3~4주라고 가정하면 각각 기존 계획보다 12만 대, 9천 대 수준을 덜 생산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 판매와 특근으로 생산차질을 최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고정비 부담 등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1분기 영업이익에서 각각 2400억 원, 1200억 원 정도 손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2019년에 분기 평균 각각 9200억 원, 5천억 원가량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에 20% 정도 타격을 받는 것이다.
자동차 생산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완성차기업의 특성상 코로나19 사태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일정 수준의 부담을 져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현대차와 기아차에 꼭 위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재고자산(자동차 등)은 2019년 3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각각 3조2027억 원, 1조6087억 원이다. 2018년 말보다 재고자산이 각각 11.8%, 8.9% 늘었다.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재고자산 비중은 4.5%, 기아차의 재고자산 비중은 4.3%다. 2017년 말과 비교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재고자산 비중은 각각 1.1%포인트, 0.4%포인트 늘었다.
재고자산은 곧 ‘창고에 쌓아둔 차량’이다.
재고자산이 많을수록 이를 밀어내기 위해 차량 할인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 각종 판매 장려책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완성차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매달 발표하는 ‘이달의 구입혜택’을 보면 생산한지 몇 달 지난 차량이 생산월별에 따라 3~7%씩 할인돼 판매된다.
재고자산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면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할 때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차질이 중장기적으로는 재고자산 감소라는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공장 가동중단 사태는 오히려 두 회사의 재고를 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신차를 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차량들에서는 불가피한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는 2019년 11월에 그랜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올해 1월에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V80을 내놨다. 기아차도 2019년 12월 K5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을 출시했다.
사전계약 단계에서부터 몇 달치 주문을 몰려 받았던 만큼 판매 개선에 대한 희망이 컸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직접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