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존하는 TV 가운데 가장 화질이 뛰어난 8K(7680×4320) TV를 앞세워 프리미엄시장을 공략한다.
글로벌 TV 판매량이 정체한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고화질 제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 2019년 9월 독일 가전전시회(IFA)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QLED 8K TV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
다만 아직 8K TV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만큼 8K TV의 필요성을 놓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제품 홍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새로운 8K TV 출시를 예고하며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3일부터 8K TV 신제품 가운데 85인치형과 75인치형 2종을 사전판매하고 3월 안에 정식 출시하기로 했다. 이전 제품과 비교해 더욱 뛰어난 인공지능을 탑재함으로써 영상 품질과 음질 모두 향상됐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도 8K TV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 시그니처’ 브랜드는 기존 88인치형에 77인치형을 추가하고 ‘LG 나노셀’ 브랜드는 기존 75인치형에 65인치형을 더한다.
LG전자는 ‘리얼 8K’라는 홍보문구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불거졌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논란을 의식해 품질 대결을 펼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두 기업은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과 연계해 8K TV 홍보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올림픽 중계를 맡은 일본 통신사 NHK가 세계 최초로 8K 영상 생중계를 계획하면서 8K TV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체한 TV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찾기 위해 8K TV를 새로운 주력 아이템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은 글로벌 TV 출하량이 2020년 2억2548만 대에서 2023년 2억2749만대로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TV 화질별 판매량을 보면 고화질 제품의 비중이 점차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8K TV를 제외하고 가장 화질이 좋은 4K TV의 점유율은 2018년 44.8%에서 2023년 63.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8K TV가 TV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2019년 글로벌 8K TV 출하량은 전체 출하량의 0.1%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4K TV가 2011년 처음 등장한 뒤 10여 년 만에 현재와 같이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화질이 뛰어난 8K TV의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8K TV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8K TV를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는 “도쿄 하계올림픽 등 일부 이벤트는 8K로 촬영되지만 기본적 8K 콘텐츠는 한동안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방송사들은 4K 콘텐츠로도 넘어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LG전자 모델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8K' TV를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 |
국내에서는 8K가 아닌 4K 콘텐츠조차 아직 저변이 넓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초고화질, 4K)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KBS1TV 13.7%, KBS2TV 11.4%, MBC 10.5%, SBS 12.7% 수준에 그쳤다.
2019년 UHD 의무편성 비율인 15%에도 이르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UHD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에 700Mhz 주파수 대역을 무료로 지원하는 대신 매해 UHD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을 높여가도록 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를 본격적으로 홍보할 기회로 꼽히는 도쿄올림픽에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딕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2월25일 미국 AP를 통해 “코로나19로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IOC가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장소를 옮기기보다는 아예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월27일 일본 매체와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부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