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생명보험사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높은 데다 꼭 생명보험사만 인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윤 회장 역시 여러 차례 증권사나 카드사 역시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이 3월 중순 이뤄진다.
1월 진행된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참여했고 최근 대만 푸본생명도 실사에 참여했다.
KB금융지주는 그동안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혀왔다.
자금력을 갖춘 데다 인수의지 역시 강하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 보완 차원에서 생명보험사 인수가 매우 필요하다.
KB금융그룹이 거느린 생명보험사 KB생명보험은 자산규모 10조 원 수준으로 덩치가 매우 작다. 꾸준히 순이익을 내고 있긴 하지만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수준에 그친다.
푸르덴셜생명은 특히 강남권에 고객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KB금융그룹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예상되는 매각가격의 폭이 1조5천억 원에서 3조 원 사이로 매우 넓다. 결국 얼마를 써내는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대형 사모펀드가 뛰어들고 우리금융지주가 이들과 손을 잡으면 몸값이 크게 뛸 가능성도 있다.
윤 회장은 과거 대우증권 인수 때에는 시장의 예상보다 적은 가격을 써내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이사회의 보수적 기조 때문에 자금여력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를 제시하면서 미래에셋그룹에 밀렸다.
그러나 석 달여 뒤 이뤄진 현대증권 인수 때에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과감한 금액을 제시하며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당시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했던 경험을 거울삼아 현대증권을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이사회를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실사가 시작된 뒤 K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굳이 푸르덴셜생명이 아니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명보험사가 필요하긴 해도 경쟁이 과열되면 굳이 그 경쟁에 뛰어들면서 무리해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예비입찰에서도 MBK파트너스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업황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는 점 역시 가격을 신중하게 써낼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윤 회장 스스로도 무조건 높은 금액을 써낼 생각이 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실제 최근 KB금융지주는 2018년 ING생명(오렌지라이프) 인수전에서 높은 가격 때문에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경험이 있다.
특히 앞으로 나올 생명보험사 매물이 많다는 점에서 푸르덴셜생명이 아니어도 대안이 많다. 보험업계는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을 쌓기 어려운 중형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KDB생명은 매물로 나와 있고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잠재 매물로 꼽힌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순이익이 1132억 원으로 전년보다 124.5%나 증가했다. 보장성 중심 영업전략으로 보험이익이 늘면서 주요 영업지표가 개선됐다.
더 길게 보면 교보생명 역시 잠재적 매물로 볼 수 있고 삼성그룹에서 금융계열사를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를 거느리고 있다.
윤 회장은 물론 KB금융지주는 그동안 생명보험사 인수가 가장 시급하긴 하지만 카드사나 증권사 등도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밝혀왔다. 필요에 따라 삼성그룹의 다른 금융계열사 쪽으로 마음을 돌릴 가능성 역시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만 푸르덴셜생명도 잠재적 인수목표 가운데 하나”라며 “시너지 창출력, 수익 기여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