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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김준 다급해져, LG화학에 SK이노베이션 화해 손 내밀까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2-17 1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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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과 관련해 LG화학과 협상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두 회사가 벌이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면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사업이 위기에 봉착한 만큼 김 사장이 LG화학과 대화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1939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준</a> 다급해져, LG화학에 SK이노베이션 화해 손 내밀까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17일 배터리업계 말을 종합하면 미국 국제무역위가 조기 패소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사업이 중대기로에 섰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회사들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수주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겪게 될 수도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의 생산중단과 배터리 공급 차질을 우려한 주요 고객사들의 수주기피 가능성을 들었다.

게다가 이번 조기 패소 판결은 미국 시장에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김준 사장은 무척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에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 미국에서 판례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10월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LG화학과 합의를 통해 분쟁을 종결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이전 소송사례와 성장산업의 발전을 고려한 한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실제 LG화학은 2017년 중국 ATL을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미국 매출의 3%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의 합의를 통해 분쟁을 마무리한 전례도 있다.

김 사장도 이미 그룹 차원의 핵심사업이 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사업이 소송에 발목잡혀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것보다는 LG화학과 협상을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조기 패소 판결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LG화학을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 사장이 전기차배터리사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속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할 때 내건 SK이노베이션의 사과, 재발 방지, 손해배상 등 3가지 조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배터리 기술력을 놓고 글로벌 회사 사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기술을 빼냈음을 인정하는 것은 전기차배터리사업을 추진하는 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김 사장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공동의 최대 고객사인 폴크스바겐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은 유럽 배터리 수요분을 LG화학에, 미국 배터리 수요분을 SK이노베이션의 각각 발주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두 회사의 고객사로서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은 2022년부터 폴크스바겐의 미국 전기차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출하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미국 행정부가 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공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지아주는 공화당 강세지역이었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신경을 쓰는 지역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조9천억 원을 투자해 짓는 미국 조지아 1공장에 이어 1조 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2공장 건설을 올해 안에 착공하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을 거부한 것은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있다. 2013년 8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익성’을 근거로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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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법인 SKBA의 예상 조감도. < SK이노베이션 >


다만 김 사장이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만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LG화학도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국 행정부가 어느 한쪽편을 드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14일 SK이노베이션이 악의적으로 증거를 훼손하고 디지털 조사(포렌식) 명령을 위반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제무역위원회의 공식 결정문을 받아야 구체적 결정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며 “결정문을 검토한 뒤 법적 이의절차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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