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지금 중형 조선사의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그러나 현실화 가능성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30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주축이 돼 중형조선사들의 합병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산업은행으로부터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한조선의 지분을 넘겨받아 통합조선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의 특수선(방산)부문을 묶어 매각을 추진한다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관리하는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5개 조선사와 유암코가 관리하는 오리엔탈정공, STX엔진, 삼강S&C 등 3개 조선 관련회사를 하나로 통폐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중형조선사의 통합설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대형조선사들이 빅2 체제로 전환된 데다 최근 매각된 성동조선해양을 제외한 나머지 중형조선사 4곳의 경영권을 모두 국책은행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연구개발비와 원가부담을 줄이고 영업조직 등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업황에 따라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통합조선사 설립의 긍정적 효과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가 대형조선사 지원에만 몰두해 중형조선사들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조선사들은 업황 회복과 함께 정부 주도의 대형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중형조선사들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1~3분기 중형조선사 5곳은 선박 17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2016년의 120척과 비교하면 8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자연스럽게 국내 조선업계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이 현실화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조선사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노조의 반발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탓이다.
중형조선사들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통합한 대형조선사가 나오면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는 단점도 있다. 중형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이 겹치지 않아 통합한다 하더라도 통합에 따른 효율성 측면에서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책은행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중형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정부나 산업 차원의 큰 그림이 아닌 개별기업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효과가 없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통합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각 조선사의 거점이 다르고 특화부문도 달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가 많으니 무조건 통합하자는 건 가장 낮은 수준의 구조조정”이라며 “다만 사업부별로 쪼개고 묶어서 매각하는 방안은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