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에 힘을 줬던 이전과 달리 올해 슈퍼볼 광고에는 스마트주차 기능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를 통해 첨단기능을 갖춘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광고 일부. (왼쪽부터)존 크래신스키, 레이첼 드래치, 크리스 에반스. <현대차 미국법인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2월3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 중계 때 신형 쏘나타 광고를 내보낸다.
슈퍼볼 경기는 매년 1억 명의 미국인들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작전타임이나 휴식시간에 나가는 광고단가가 초당 2억 원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광고효과가 좋아 기업들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도 2016년부터 해마다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신형 쏘나타 광고에는 영화 ‘설국열차’와 ‘캡틴 아메리카’로 한국에 이름을 알린 배우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해 존 크래신스키, 레이첼 드래치 등 유명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들은 주차하기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미국 보스턴 거리 한복판에서 신형 쏘나타에 탑재된 ‘원격 스마트주차 보조(RSPA)’ 기능을 활용해 비좁은 공간에 차를 세우는 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원격 스마트주차 보조기능을 일컫는 ‘스마트파크’도 여러 번 언급된다.
스마트파크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상태에서 스마트키로 자동차를 앞뒤로 움직여 주차하는 기능이다. 차문을 열 수 없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도 주차가 가능하다.
광고를 보는 이는 누구라도 현대차가 초당 2억짜리 광고를 통해 제품 자체보다는 기능에 시선을 모으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슈퍼볼 광고를 ‘가성비가 좋은 차’라는 미국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기회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고급차로 분류되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이들과 비슷한 시장지위를 누리는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BMW는 원격 스마트주차 보조기능인 ‘리버싱 어시스턴트 시스템’을, 메르세데스-벤츠는 ‘리모트 파킹 파일럿’을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현지 언론의 반응을 살펴보면 현대차의 이런 전략이 미국 소비자에 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자동차매체 카버즈는 “현대차가 경제적 차(econobox)로 인식되던 때는 이제 과거가 됐다”며 “현대차는 새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기술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으며 새 슈퍼볼 광고는 그 기술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모터원은 “현대차가 기술을 판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광고에서 소개된 기능이 세계 전기차기업인 테슬라의 ‘오토파크’ 기능을 떠올리게 해 현대차는 기술력에서 테슬라와 경쟁하는 회사라는 인식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2016년 오토파크를 처음 선보인 뒤 이 기능에는 ‘테슬라식(Tesla-like)’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현지언론들은 쏘나타 광고가 27일 공개되자 곧바로 테슬라와 비교하며 현대차의 기술력을 주목했다.
로드쇼는 “현대차의 원격 스마트주차 보조기능은 테슬라의 스마트 소환기능과 비슷하지만 더 많은 한계 속에서 작동한다”고 말했으며 미국매체 폭스비즈니스는 “현대차가 기술에 400억 달러(약 47조 원)를 투자해 테슬라와 대결을 펼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여전히 ‘가성비로 승부를 보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M(제너럴 모터스), 포드, 토요타 등 세계 완성차기업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상대적으로 차량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시장 전문 분석기관 ALG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대차는 BMW와 다임러, 폴크스바겐그룹 등과 비교해 2만 달러까지 낮은 가격대에서 거래된다.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기업의 자동차 평균 거래가격은 4만 달러 안팎인 반면 현대차의 판매가격은 2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