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판매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올해 초 세운 현대기아차의 판매목표 수정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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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기아차가 연초 제시한 판매목표를 낮추거나 달성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14년의 경우 오히려 연초에 세운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가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목표달성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초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목표로 각각 505만 대, 315만 대 등 모두 820만 대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 800만5천 대보다 2.4%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반기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가 2.4% 줄면서 목표달성이 불투명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아직까지 목표수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올해 판매 목표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지난 7월 신형 K5를 출시하며 판매목표를 수정하기보다 연말까지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도 7월 상반기 해외법인장회의를 열어 어려울수록 판매를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모두 이겨낸 경험이 있다”면서 “오히려 이런 어려움을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하는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 신차효과를 통해 판매량 목표 820만 대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에 신형 투싼을 출시한다. 또 인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도 현지전략 차종인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크레타를 내놓으며 세계적 SUV시장의 성장에 대응하려 한다.
기아차도 국내에 신형 K5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데 이어 유럽을 노린 현지전략 차종 씨드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았던 환율환경도 최근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재개되는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기타 통화의 영향이 상쇄되면서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또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경우 중국시장에서 판매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에서 주력 SUV의 가격을 일제히 낮춘 데 이어 신형 투싼을 중국에 조기출시하기로 하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도 지난 7월 3개월 만에 반등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무리해 목표를 달성할 경우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현대기아차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지난해부터 쌓인 재고이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재고소진이 더뎌 현대기아차의 판매는 물론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800만 대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해 12월 월간 판매량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밀어내며 판매량이 800만 대를 넘어섰다.
정 회장이 800만 대 돌파라는 특명을 내린 뒤 전사적으로 판매증대에 나섰다. 하지만 이렇게 물량을 밀어낸 결과 주요시장에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바람에 수익에 악영향이 초래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