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중견 제약회사 일성신약이 삼성물산 주식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윤석근 대표는 이번 결정으로 1천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두며 190%가량의 투자수익율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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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 |
일성신약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조정신청도 법원에 낼 것으로 예상돼 윤 대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330만7070주를 처분하기로 했다. 처분금액은 1892억7684만4380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5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2.12%이며 윤석근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도 0.25%를 소유하고 있다.
일성신약은 2004년부터 단순투자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1.14%를 사들이기 시작해 꾸준히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성신약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1245억 원(수익률 191%)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윤 대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히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윤 대표는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총을 앞두고 “투자외적인 부분보다 투자 차원에서만 의사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 회사 합병 이후 주가흐름을 놓고 보면 윤 대표의 소신있는 베팅이 들어맞은 셈이 됐다.
국민연금의 경우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뒤 두 회사 주가하락에 따라 지난 7일까지 6천 억 원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돼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권은 6일 마감됐다. 행사규모는 약 67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제일모직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은 단 1주만 행사됐던 만큼 나머지는 모두 삼성물산 주주들이 매수 청구를 한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지분은 보유하던 7.12% 가운데 4.95%에 해당하는 4426억 원 어치였다. 일성신약은 엘리엇매니지먼트 다음으로 행사규모가 많았다.
일성신약은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에 반대한 만큼 (삼성물산과) 협의내용에 따라 공시내용이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조정 신청은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대금 지급일인 이달 27일 전까지 마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성신약이 주식매수청구건 행사가격 조정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조정신청 의사를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올 2월 삼성물산 지분 매입을 시작으로 삼성물산 합병 분쟁을 거친 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평가손실액이 50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엘리엣매니지먼트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입은 손해가 약 150억~200억 원으로 예상되며 삼성물산 주가 하락에 따라 잔여지분의 평가손실액이 약 400억 원 가까이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일성신약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조정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정해진 만큼 법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가격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