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이 사과문을 내고 가족과 화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조현아 전 부사장을 복귀시킬지 시선이 몰린다.
▲ 조현민 한진칼 전무(왼쪽부터),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회장은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한진칼 경영을 향한 이의제기에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이 힘을 실어주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들며 이명희 전 이사장과 크게 다투며 상처까지 입힌 사실이 알려져 궁지에 몰렸다.
조원태 회장은 여론이 악화되자 30일 이명희 전 이사장과 공동 사과문을 내고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이사장에게 사죄했고 가족 사이 화합을 통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23일 법률대리인을 내세워 조원태 회장을 향해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며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 경영권을 다투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면서 시작됐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가족과 잘 협의해 한진그룹을 이끌라'는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두고 해석을 달리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공동경영을 꾸려나가는 것으로 해석한 데 반해 조원태 회장은 다툼없이 경영하라는 것으로 이해한 데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은 11월 있었던 한진그룹 인사에서 경영에 복귀해 남매경영을 바랐을 것이나 그렇지 못했던 점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이명희 전 이사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조원태 회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의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이면서 갈등은 극에 이르렀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공개사과문까지 낸 만큼 결국 가족 사이 갈등을 봉합할 방법 가운데 하나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를 검토할 것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를 추진하더라도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측근들이 한진그룹 인사에서 배제돼 퇴사한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조현아 전 부사장 한 사람의 복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에서 근무했던 조병택 전무와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은 한진그룹 임원인사 이후 퇴사했는데 이들은 모두 조현아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서는 그를 따르던 주요 임직원들이 없는 상황에서 홀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를 결정하는 데 경영진 일가의 갑횡포 이미지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일가의 화합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가 필요하지만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국민들에게 굳어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2020년 3월 한진칼 등기이사 재선임을 앞둔 조원태 회장에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
현재 한진칼 주요주주의 지분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전무가 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31%를 쥐고 있다. 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17.29%, 델타항공이 10.0%, 반도그룹이 6.28%를 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을 제외한 상태에서는 조원태 회장 일가의 지분을 다 합해봐야 18.3%에 불과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이 다른 주주와 연대하면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방어에 실패할 수도 있다. 결국 조원태 회장이 어떤 형태가 됐건 한진그룹 일가 사이에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이번 사과문 파동에 관계없이 3월 주주총회를 준비하며 조원태 회장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의 공동사과문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다른 주주들과 한진그룹의 경영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