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실적주의’에 기반을 둔 대규모 인적교체와 ‘안정’에 초점을 둔 인사 사이에서 장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원인사가 언제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예상보다 미뤄지면서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에는 10월 말에 인사가 이뤄졌지만 올해에는 11월 초, 11월 중순, 12월 초 등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만 무성했을 뿐 연말이 다 될 때까지 정기 인사가 실시되지 않으면서 결국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단 지주사인 CJ에서 일하던 실무진이 계열사로 돌아가는 재배치는 16일자로 이뤄졌다. 인수합병 및 해외진출 전략을 펼치면서 지주로 파견됐던 계열사 소속 직원들이 원래 계열사로 돌아간 것이다.
인력 재배치가 이뤄진 만큼 임원인사도 뒤이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윤곽은 전해지지 않았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등이 유통부문 부진을 이유로 세대교체와 대폭 물갈이 인사를 실시한 가운데 인사폭을 두고 이 회장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CJ제일제당 등의 실적부진과 CJENM의 오디션 조작 논란 등이 불거진 만큼 유통부문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인적교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그룹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악화된 그룹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내년 경영전략의 초점을 맞춘 만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카드로도 제격이다.
다만 현재 그룹 임원들의 조직 장악력이 상당하다는 점과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가양동 부지 매각 및 CJ인재원 매각, CJCGV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유동화 확보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들을 대다수 교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내실경영을 전면에 내건 상황에서 대규모 인적교체가 오히려 조직 안정성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고민이 깊은 가운데 정기 임원인사가 나지 않으면서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도 안팎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력 재배치의 일환으로 계열사 인력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도 이를 교통정리할 정기 임원인사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계열사에서 권고사직이나 업무 발령 등이 이뤄지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생겨나고 있다.
지주사인 CJ가 슬림화됐지만 계열사 덩치는 오히려 커지면서 중복되는 업무가 생겨난 만큼 각 계열사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맞물리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CJ 관계자는 “정기 임원인사 시기 및 폭은 아직 예정된 내용이 없다”며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