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차배터리 양대시장인 유럽과 중국의 정책 변화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내년 글로벌 2위 회사 파나소닉을 제치고 CATL과 양자구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글로벌 배터리시장 분석기관 SNE리서치는 2019년 들어 10월까지 누적 사용량 기준으로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4.2%로 3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중국 BYD를 4위로 밀어내고 2018년부터 이어져 온 CATL과 BYD, 일본 파나소닉의 3강구도에 균열을 낸 것이다.
LG화학은 2위 파나소닉과의 점유율 격차를 2018년 말 12.6%포인트에서 올해 10월 3.3%포인트까지 좁혔다.
LG화학이 테슬라에 전기차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던 파나소닉의 아성을 뚫고 공급자 지위를 따낸 만큼 지금 추세대로라면 점유율 2위에 올라서는 일도 머지 않아 보인다.
시장상황도 LG화학에 긍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 거대시장에서 LG화학에 유리한 방향의 정책이 곧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서 9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0년부터 2031년까지 전기차배터리산업에 32억 유로(4조1430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승인하고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이 공공기금 조성에 참여해 50억 유로(6조4735억 원가량)의 민간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전기차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의 경쟁력을 강화해 전기차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이 정책은 현지 배터리소재회사들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LG화학은 폴란드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앞서 9월 벨기에 배터리 소재회사인 유미코아와 전기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는 등 유럽 전기차배터리시장 공략에 한창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 정책 지원으로 LG화학의은 배터리 소재 조달이 수월해지고 수급 가격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ATL이 유럽에서 전기차배터리공장을 건설 중이고 파나소닉은 현지에 생산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 기간 LG화학이 수혜를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다름 아닌 폴란드 공장의 생산수율을 높이는 문제다.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을 증설하면서 동시에 광폭 고속 생산라인이라는 신개념 생산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셀 생산수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문제가 발생해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폴란드 공장의 수율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다”며 “증설 공장에도 광폭 고속 생산라인을 도입하고 있어 아직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2020년 초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도 LG화학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앞서 3일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가 발표한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 목록인 ‘제11차 신재생에너지차 보급응용추천 목록’을 살펴보면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이 포함돼 있다.
통상적으로 목록이 발표된 지 40일가량이 지나 보조금이 지급됐던 관행을 감안하면 내년 1월부터 모델3에 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테슬라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3은 파나소닉뿐만 아니라 CATL과 LG화학의 배터리가 함께 쓰인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기가팩토리(테슬라의 대규모 전기차 생산공장)를 짓는 등 중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춰놓고 있다. 이는 LG화학이 중국시장에서 배터리 공급량을 늘릴 기회가 된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지난 6월 중국 지리자동차와 배터리 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사를 만드는 등 중국시장 재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유럽과 미국에서 BMW를 제외한 거의 모든 완성차회사를 고객사로 맞이하고 있어 테슬라에만 의존하는 파나소닉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결국 전기차배터리시장은 중국의 CATL과 유럽-미국의 LG화학으로 재편될 것이며 LG화학은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