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19-12-18 14: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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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가 아세안 건설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신동우 해외건설협회 아시아실장은 1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신동우 해외건설협회 아시아실장.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 강화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1회 한-메콩 정상회의까지 열리면서 아세안을 향한 국내 건설사의 기대감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신 실장은 국내 건설사가 아세안을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단순 수주 확대가 아닌 지분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 아세안 건설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건설사의 전략 변화가 왜 필요한가.
“아세안 국가들은 최근 들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호조치로 외국기업들이 자국의 설비, 제품, 인력,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규정하는 현지화율(Local Contents)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베트남은 북남고속도로 1단계 사업 입찰결과를 10월 발표하기로 했는데 돌연 입찰을 취소하면서 베트남 업체들만 대상으로 재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국의 입찰 참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이렇게 현지업체를 통해야만 입찰 참여가 가능해진다면 국내 건설사 역시 진출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과거 사업권 획득과 수주규모 확대가 해외진출의 지표였다면 이제부터는 현지 기업의 경영권 확보 등을 통한 시장 확대가 더 중요해 질 수 있는 셈이다.
국내 건설사도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현지의 경쟁력 있는 건설업체를 발굴하고 지분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적극 추진하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도 중요하다.
국내 건설사들은 아세안 국가의 중앙정부, 지자체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구축하고 현지 건설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제휴를 활성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와 관련한 수주역량을 강화하려 한다면 과거 실적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에너지 공기업 및 유력한 개발업체와 사전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초청연수를 통해 성공경험을 공유하고 사회공헌활동(CSR)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등 수직적 접근과 수평적 접근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도 있다.”
- 아세안 건설시장이 왜 중요한가.
“성장성 때문이다.
아세안 지역에는 6억5천만 명이 산다. 이 가운데 60%가 35세 이하다. 아세안 지역은 중산층이 앞으로 10년 안에 2배로 증가하면서 인프라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 무역마찰로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제조시설을 아세안으로 옮기기 위해 일대일로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중간재, 장비, 완성품 등 물류에 필요한 교통 인프라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아세안 건설시장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로 매년 평균 7% 내외의 양호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10% 내외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싱가포르는 낮은 성장률에도 안정적 발주물량을 유지할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는 2014년 유가급락과 함께 신규 수주가 줄어드는 수축기를 맞고 있는데 아세안 지역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아세안 지역에서 발주될 인프라 개발사업에 국내 건설사의 수주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과 중국이 아세안 건설시장에 이미 진출한 강국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의 위상은 어떤가.
“아세안 지역을 향한 일본의 영향력은 세계 제2차대전부터 시작됐다.
일본 건설사들은 전후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자금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진출을 추진하면서 안정적이고 선진화된 현지화(localization)를 구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앞서 언급한 일대일로정책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도로, 항만, 철도 등 광역 교통인프라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한국 건설사들의 위상도 아세안 지역에서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아세안 지역 많은 국가들은 과거 중국과 일본의 팽창정책으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데 이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 동질성과 우리의 융합적이면서 포용적 사고는 아세안 지역 국민들에게 친근감으로 다가가면서 건설 한류를 확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사업역량 향상도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국내 건설사는 과거와 달리 해외에서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이전에 수행되는 FEED(기본설계) 계약 단계부터 참여하는 프로젝트들이 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체질이 선진국형으로 변화하면서 해외사업 경쟁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 해외건설협회는 국내 건설사의 아세안 진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이건기 해외건설협회장(가운데)이 9일 해외건설협회 교육센터에서 열린 ‘2020 베트남 투자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응우엔 꾸옥 히엡 베트남 건설협회장(오른쪽 두번째), 르 반 하이 호아빈 건설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등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주도 면밀하고 지속적 정보 제공을 위한 각종 간담회와 세미나를 열고 있다.
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10월 ‘신남방 인프라 개발협력 세미나’를 열고 인프라 분야의 진출 방향성을 미리 점검했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 첫 순서로 ‘2020 베트남 투자시장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응우엔 꾸옥 히엡 베트남 건설협회장, 베트남 2위 건설사인 호아빈 건설그룹의 르 반 하이 회장 등이 참여해 한국 건설사와 실질적 협력을 모색했다.
해외건설협회는 기본적으로 정부 간 회의를 적극 활용하면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이 활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내년에는 아세안 각 국가별로 행사를 확대해 좀더 폭 넓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 실장은 1965년 태어나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1990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엔지니어링 화공사업본부에서 일했다.
이후 두산중공업 발전BG(사업부문) 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사업팀을 거쳐 2009년 해외건설협회에 합류해 플랜트지원실 팀장, 프로젝트지원실장, 운영지원실장,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한 뒤 2019년 1월부터 아시아실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