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임원인사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유통부문의 대규모 쇄신 인사안의 윤곽이 알려진 가운데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적극 반영된 인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는 신 회장이 독자적으로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부회장들과 인사를 놓고 깊은 논의를 진행해 결과를 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부회장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14개 유통계열사를 이끄는 신임 유통BU장에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되고 호텔·서비스BU장에는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슈퍼,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이커머스, 롭스 등 롯데 유통계열사의 절반 가량이 새로운 대표를 맞이할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대표로 거명되는 인물들은 1960년대에 태어난 전무, 상무급 인사들로 기존 임원들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세대교체’보다는 새 얼굴들을 내세워 변화를 꾀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유통산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만큼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정보다는 변화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을 더했다.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들 가운데 퇴임하는 사례도 있지만 롯데지주나 다른 사업부문으로 이동하는 인사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유통부문이 전체적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린 만큼 신상필벌에 가까운 인사가 실시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실적 증가세를 이어온 롯데홈쇼핑을 이끈 이완신 대표는 그대로 조직을 이끈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와 이갑 호텔롯데 면세점사업 대표 등도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만큼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U장체제는 BU장에게 더욱 권한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재편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그룹의 BU장체제는 보고라인이 더욱 늘어난 ‘옥상옥’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각 BU장에게 인사 및 예산 권한을 주고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더욱 확대해 BU장을 실질적 책임자로 두고 책임경영을 맡기는 체제로 바뀌었다.
다른 BU부문도 비슷한 형태의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 임원 숫자 감소와 맞물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체제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새 호텔·서비스BU장에 유력한 이봉철 사장은 법무 및 재무업무를 총괄하는 정책본부 지원실장 출신이었던 만큼 롯데그룹의 최대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작업의 실무를 직접 챙기며 더욱 속도를 내달라는 신 회장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 속에서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변화를 통해 현재 어려운 상황을 뚫어내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대규모 인적교체로 이어지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 등 시급한 현안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