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높게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앞으로 한 달 동안 상세실사를 진행하고 구체적 가격조건을 논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이사 사장.
남아있는 상세실사 과정에서는 본입찰 전에 이뤄졌던 실사보다 한층 더 세밀한 정밀실사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경영로 판단되는 요소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상세실사 과정에서 재무실사, 법률관계, 회사 자산가치의 분석, 부채 및 부실자산 파악 등 전체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레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실사 과정에서 나오는 부실경영 요소와 더불어 일본여행 자제에 따른 항공업황 악화, 유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금호산업이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향후 매각절차에서 더 이상 주도권을 쥘 수 없게 되는 점도 금호산업의 불리한 협상을 예상하는 시선에 힘을 싣는다.
금호산업은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5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처분대리권을 명시한 특별약정을 맺었다.
채권단은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각대상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금호산업이 매각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약 7천 만주의 가격을 4천억 원 미만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금호산업이 채권단과 올해 매각절차까지만 주도권을 지니는 것으로 약정한 만큼 갈등은 있겠지만 가격을 더 높게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금호산업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국제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국내 2위의 글로벌 항공사로서 항공업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더 이상의 인수가격 하락을 막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이처럼 남은 협상과정이 중요한 만큼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을 해야 하는 관계로 협상이 최종적으로 종료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향후 매각 과정과 관련해 추가적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