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롯데쇼핑을 놓고 사업 구조조정 및 인력재편이라는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통합하고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이커머스사업부문의 위상을 키워 백화점, 마트+슈퍼, 이커머스 등 3개의 큰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업무가 중복되는 임원진 상당수가 자리를 옮기거나 자리를 비우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롯데쇼핑의 효율화 및 대대적 구조조정 방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재판 부담을 모두 털어내고 경영활동에 집중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최근 업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백화점과 슈퍼, 할인점사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7년 롯데지주체제를 꾸린 뒤 유통BU부문을 만들며 유통 계열사 사이 시너지 확보 및 사업통합 등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 이를 해결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는데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부진한 사업 및 유사 사업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통합해 크게 백화점사업부문과 마트+슈퍼사업부문, e머커스사업부문 등 큰 틀에서 3개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유통BU부문을 꾸린 뒤 롯데쇼핑 아래 있는 각 사업부문들의 재무와 홍보, 커뮤니케이션 등의 조직은 상당부분 통합됐지만 다른 사업부문의 유기적 조합은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를 조직재편을 통해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글로벌소싱본부를 통합해 해외소싱을 함께하고 있기도 하는 등 사업 유사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된다.
이커머스사업부문을 주요 사업부문의 한 축으로 삼은 것은 본격적으로 온라인 중심 유통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2018년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해 이커머스사업본부를 꾸렸지만 여전히 온라인사업은 각 사업부문에 흩어져있어 의사결정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
온라인 관련 매출 역시 각 사업부문별, 자회사별로 따로 집계되고 있어 명확한 성과 평가가 쉽지 않았다.
이커머스사업부문이 내년 3월을 목표로 유통계열사 7곳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ON’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온라인유통부문을 독립적 사업부문으로 세우는 것이다.
이에 내년부터는 온라인부문을 따로 떼 이커머스사업부문 이름으로 매출을 집계할 가능성도 높다.
이마트가 SSG닷컴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처럼 이커머스사업부문을 더욱 독립적 조직으로 만들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롯데쇼핑의 구체적 조직개편 방안이 15일을 전후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결과에 따라 대규모 인적쇄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실적부진으로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후임 유통BU장으로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롯데백화점 대표)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슈퍼, 이커머스 사업부문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복되는 인력을 조정하는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쇼핑의 상무보 이상 임원 가운데 마트 관련 임원은 28명, 슈퍼 관련 임원은 12명으로 재무, 전략, 마케팅, 경영지원 등 중복되는 업무들이 상당하다.
다만 워낙 인원 수가 많은 만큼 이들의 거취를 놓고 경영진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사업본부가 독립조직으로 꾸려지면 각 사업부문에서 디지털 및 온라인사업 관련 인력들도 조직을 옮길 가능성도 크다.
롯데그룹은 매년 12월 말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등에 따른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11월 말~12월 초로 앞당겨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임원인사와 조직개편과 관련해 확정된 일정과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