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까지 재판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이사회의 개편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사회 개편은 삼성전자 최초의 사외이사 의장이 출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노조와해 개입 혐의와 관련한 재판의 결과가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장은 12월17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 검찰은 이 의장에게 징역 4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판사 생활 20년에 드물고 복잡한 재판이지만 지금까지 확립된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히 판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의장에게 유죄가 인정된다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실형을 받게 된다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집행유예를 받는다 해도 의장은 물론 사내이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의장이 2018년 3월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당시 주주총회에서 찬성률은 61.6%에 그쳤다. 역대 삼성전자 주총 안건 중 가장 낮은 찬성률이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JP모간 등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고려하면 이 의장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졌을 때 주주들의 퇴임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삼성전자 지분을 10% 가까이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지분 확대와 함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더욱 높은 독립성과 윤리기준이 요구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 파기환송심이 진행되자 10월 말 이사 임기를 마친 뒤 연임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삼성전자는 후임 사내이사를 새로 선임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이 의장까지 이사회에서 빠지게 되면 이사회 지형이 크게 달라진다.
이전까지는 사내이사 5명에 사외이사 6명이었는데 사내이사가 연달아 빠지면서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 6명이 된다. 사외이사 숫자가 사내이사의 두 배까지 많아지는 셈이다. 사외이사 임기 만료가 2021년 3월과 2022년 3월에 몰려 있어 신규 선임이 없다면 이런 구성이 유지된다.
사내이사가 3명까지 줄어들면 향후 이사회에서 사내이사가 1~2명 참석한 가운데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례도 충분히 나올 수 있기에 삼성전자가 사내이사를 새로 선임해 균형을 맞추려 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실제 올해 2월 열린 이사회 때 사내이사가 5명이었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이 불참하고
김기남 부회장이 이해관계에 따라 표결에서 배제돼 하나의 안건에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6명이 의결에 참여했다.
삼성전자가 사내이사 인원을 늘리는 것과 별개로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에게 의장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가 재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주요 대기업에서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지주회사 SK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키고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도 사외이사에게 의장 자리를 내줬다.
신한·KB·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회사와 포스코, KT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전부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오너기업에서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긴 일은 흔치 않아 SK그룹의 지배구조 실험이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SK보다 이른 2016년에 이미 정관을 변경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하지만 권오현 전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의장 자리가 사외이사로까지는 넘어가지 않았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미 사외이사 의장이 나온 곳이 있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의장 선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2016년 삼성전기는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삼성전기는 2017년 이승재 변호사, 2018년 권태균 전 조달청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현재까지 사외이사 의장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