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유독 협력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협력'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여느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협력과 다르기 때문이다.
차이점은 협력의 목표다. 최 회장은 협력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한 수단으로 본다.
“협력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때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
최 회장이 29일까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SK ICT 테크 써밋 2019’의 개회사에서 한 말이다.
최 회장이 최근 들어 추진한 협력의 사례는 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맞춰져 있다.
SK하이닉스는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7월1일 30개의 협력사가 참여하는 ‘에코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참여사들은 올해 안으로 구체적 환경 목표를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측정할 계획을 세웠다.
SK그룹은 모호한 개념인 사회적가치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 15개 글로벌 기업들을 모아 ‘밸류밸런싱 얼라이언스’ 역시 출범했다. 밸류밸런싱 얼라이언스는 올해 5월 SK의 후원으로 ‘소셜밸류커넥트’라는 대규모 사회적경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SK그룹은 소셜밸류커넥트를 연례 행사로 정착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최 회장은 사회공헌활동도 혼자 생색내기보다 많은 기업들이 협력해 가치를 확대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시작된 ‘행복도시락’ 프로그램으로 이는 현재 45개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회공헌 커뮤니티인 ‘행복 얼라이언스’로 발전했다.
최 회장은 올해부터 ‘같이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회적 가치’를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실현해 나가자고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같이 가치’를 두고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때 가장 중요한 방향은 ‘같이 하자’는 것” 이라며 “정부, 기업, 시민사회, 사회적기업, 학계, 대중, 나아가 경쟁업체까지 모두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 할 때 사회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런 행보가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목표와 맞지 않는다는 시선도 한쪽에서 나온다.
특히 주식회사의 주인은 최 회장 개인이 아니라 주주들인만큼 만약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만 골몰해 기업의 이윤 추구를 등한시한다면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곧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찾아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사회적 가치 창출이자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라고 말한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사회의 요구도 복잡해진 만큼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협력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직 SK그룹 안에서 최 회장의 이런 철학이 실증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룹 계열사가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활동 역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최 회장이 가는 길을 궁금해 한다. 그가 도달할 어딘가에서 우리 사회는 물론 지구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같이 가치'라고 외치며 내미는 그의 손을 잡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