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603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 가운데 약 2천억 원어치가 우리은행에서 판매됐다.
라임자산운용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제가 된 사모펀드의 환매 재개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살피면 우리은행은 2천억 원가량의 고객 투자금을 장기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테티스2호’ 등은 코스닥기업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기초로 두는 펀드에 간접 형태로 투자된 펀드다.
발행회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이지 않으면 원금 손실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최근 코스닥시장이 침체에 빠진 만큼 빠른 시일 안에 환매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펀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중단까지 겹쳐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모펀드 최소 가입규모가 1억 원이라는 점을 살피면 파생결합펀드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불편을 겪고 있는 우리은행 고객은 수 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어 수천억 원 규모의 피해 보상을 해야할 가능성이 있다. 영업점 핵심고객인 펀드 구매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금전적 피해보상 못지 않게 뼈아플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손 회장이 강조해 온 비이자수익 강화 전략도 소극적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일부터 홍콩 항생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신탁(ELT)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홍콩 항생지수가 홍콩 시위 등으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손 회장은 올해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수익 다각화를 기대하는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우리은행의 비이자수익 강화에 힘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았던 올해 상반기에도 우리은행 비이자수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1%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등 국내 은행 상당수는 비이자수익이 뒷걸음질했다.
손 회장은 7월에는 임직원을 모아놓고 ‘우리 리더스 콘퍼런스’를 열어 2~3년 안에 비이자, 비은행, 해외수익 비중을 각각 40%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뜻으로 ’40-40-40’을 중장기 비전으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의욕적으로 판매한 펀드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하자 손 회장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급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8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파생결합상품 판매를 놓고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로 전환을 하면서 수수료수익 확대 등에 상당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펀드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는 기관경고나 경영진 제재 등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손 회장에게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우리은행장 자격으로 제재를 받는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지주 규모를 키우는 데 필요한 금융회사 인수합병에 미칠 영향을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상품 판매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제재가 내려지더라도 이는 우리은행장 자격으로 제재를 받는 것으로 우리금융지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우리은행이나 손 회장에게 내려진 제재는 금융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의 결격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