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김 은행장은 중징계를 받게 됨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돼 임기를 마친 뒤 사실상 하나은행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용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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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준 하나은행장 |
김 은행장은 하나은행 내부에서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꼽혔는데 이번 징계로 회장 후보에서 탈락하게 됐다. 이에 따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사옥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행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에 대해서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고, 관련 임직원 5명에 대해서도 '감봉'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에 대해서 '기관경고'를, 하나금융지주에 대해서 이보다 낮은 '기관주의'를 각각 결정했다.
법률상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 조치를 받은 금융기관은 대주주적격성 등 요건에 걸리기 때문에 다른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없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돼 사실상 퇴출된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김종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이던 시절에 당시 김승유 회장의 지시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60여억 원 가량의 피해를 낸 것과 관련해 김 행장과 김 전 회장의 과실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이 저축은행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이사회 개최없이 사후 서면결의로 대신하는 등 무리한 투자결정을 한 배경에 최고경영진이 개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행장은 이날 재제심의위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모두 다했다"며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고, 당시 상황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징계가 내려지면 거취 표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행장은 지난달 1년 연임을 확정해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하나은행은 "연임이 불가능 할뿐 내년 3월까지 임기수행은 가능하다"며 "향후 거취는 김 행장의 뜻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김 행장이 최근 KT ENS 협력업체의 1억8천억 원대 사기 대출사건을 겪은 만큼 이번 징계를 계기로 임기를 마치지 않고 물러날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