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조 장관의 임명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8일 오후까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조 장관의 임명과 지명 철회라는 두 가지 상황에 맞춰 대국민담화문을 준비시킬 정도로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 끝에 조 장관의 임명을 결단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바와 같이 권력기관 개혁, 특히 검찰개혁 과제의 완수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저를 보좌하며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이 점에서 국민들의 넒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조 장관 역시 취임사에서 “제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법무·검찰개혁은 제가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평생을 소망해왔던 일이고 민정수석으로 성심을 다해 추진해왔던 과제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중반부터 야당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국정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정치적 고려도 문 대통령의 결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조 장관은 검찰과 경찰 사이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 등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정책에서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정권 내 존재감이 큰 조 장관을 놓고 야당의 공세에 못 이겨 장관 지명에서 철회한다면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임기 후반기 정국 주도권의 분수령이 될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결단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통한 적폐청산을 앞세워 집권한 만큼 개혁에서 야당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핵심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특히 총선을 7개월 정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내 여론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개인적 인사성향이 조 장관 임명 강행에 영향을 줬다는 말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 지금까지 한 번 신뢰를 준 인물은 끝까지 믿고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장하성 주중대사, 김조원 민정수석 등 임기 시작과 함께 했던 주요 인사들은 자리를 바꿔 여전히 정권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